‘배보다 배꼽’이 큰 친환경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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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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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만m² 태양광발전소 CO₂절감효과 79억… 생태훼손 손실은 460억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14일 내놓은 ‘재생에너지의 환경성 평가 및 환경친화적 개발’ 보고서를 통해 “경북 봉화군에 세워진 한 태양광발전소를 분석해 보니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보다 환경훼손으로 발생하는 환경가치의 손실이 훨씬 커 15년간 운영하면 381억 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 효과 기대보다 적고 산림훼손 심각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의 울창한 산림 143만 m²(약 43만2500평)에 세워진 A태양광 발전소는 하루 평균 140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발전소가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는 효과를 이산화탄소 저감량으로 전환하면 연간 2만1728t이다. KEI는 이를 다시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전환한 뒤 발전소를 세우기 위해 훼손된 산림의 가치와 비교했다.

“풍력발전기 1677개 건설땐 여의도 면적 1.6배 훼손”
“환경평가 제대로 안하고 0신재생 에너지 인허가”

계산을 해보니 15년간 운영했을 때의 누적이익은 78억9800만 원에 그쳤다. 반면 산림의 수자원 공급, 대기오염 정화 기능과 산림생태계의 훼손으로 인한 손실액은 이익의 6배에 가까운 약 460억6000만 원에 이르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국내 태양광발전소 중 이처럼 산지에 건설된 비율은 45%에 이른다. 산림에 세워진 태양광발전소 면적은 2006년 43만 m²에서 2008년 529만 m²로 급증했다. 특히 30년생 이상 나무가 많아 탄소흡수율이 세계 평균의 2, 3배인 전남과 경북 지역 산림에 집중 분포돼 있어 환경가치 손실이 크다.

발전시설 입지에도 문제가 많았다. 강원, 영남, 제주 지역 산림에 건설됐거나 들어설 예정인 풍력발전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인 11곳 가운데 9곳이 국토환경성 평가 1등급 용지에 세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환경성 평가란 국토의 친환경적 보전 및 개발을 위해 생태계, 상수원 등 환경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5개 등급으로 구분한 것으로 1등급은 환경적 가치가 가장 높다는 뜻이다.

KEI는 또 국내에 예정된 1677개의 풍력발전기가 건설되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6배에 이르는 1357만 m²(약 411만 평)의 산림과 335km의 산지 능선이 추가로 훼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생태계는 여의도 면적의 약 13배인 1억180만 m²(약 3079만 평)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 잇단 규제완화와 편법 인허가가 문제


KEI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환경훼손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자들이 산지에 대규모 발전단지를 구축하면서도 시설을 20만 m²(약 6만 평) 이하 단위로 쪼개 환경영향평가를 면제 받는 편법을 이용하고 있는데도 허가 절차를 강화하지 않는다는 것.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한다며 5분 능선 이상의 산지, 전 국토의 2.7%를 차지하는 생산관리지역 등에 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뿐만 아니라 산지 전용시 대체산림자원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납부하는 의무를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면제해 주는 등 오히려 산림훼손을 부추기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희선 KEI 선임연구위원은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전환경성검토를 철저히 해 해상(海上) 풍력발전소, 건물 유휴공간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 등 대안 입지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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