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옆 석회가루는 살해시점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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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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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이틀뒤인 26일 첫 발견
시신발견 6일에도 분량 그대로
공개수사前 살해 가능성 높아

이유리 양의 사망 시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이 납치된 뒤 1주일 동안 이 양이 살아있었다고 보도했지만 경찰은 즉각 부인했다. 경찰이 사망시점에 민감해하는 것은 피의자 김길태 씨에 대한 공개수사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로 확인되면 공개수사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 김 씨가 이 양을 살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찰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9분경 물탱크(나중에 이 양 시신이 발견된 곳) 옆 5m 떨어진 곳에서 석회가루가 있던 고무대야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뒀다. 시신이 발견된 6일 오후 11시 10분에도 이 고무대야 사진을 찍었다. 경찰은 두 사진을 비교한 결과 고무대야 안에 있던 파란 바가지와 석회가루 양이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에서 고무대야에 있는 석회가루와 이 양 시신에 뿌려진 석회가루가 같은 성분이라면 김 씨가 이 석회가루를 이용해 이 양의 시신을 은폐했다는 추론이 나온다. 경찰은 “고무대야 위치가 그대로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김 씨는 고무대야의 첫 번째 사진을 찍어둔 26일 오전 이전에 이 양을 살해했다는 추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서도 이 양의 납치, 감금, 성폭행, 살해, 시신 유기 시점을 ‘지난달 24일 오후 7∼9시경’으로 적시해 사건 당일을 이 양의 유력한 사망일로 추정했다.

6일 이 양의 시신이 부산 사상구 덕포1동 이 양의 집 근처 물탱크 속에서 발견되자 경찰은 다음 날 부산대 법의학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산경찰청 검안의사에게도 검안을 맡겼다. 검안은 시신 외부상태를 살피고, 부검은 시신을 해부해 검사한다. 그 검안의는 사망 시점에 대해 ‘3월 2일 이후설’, ‘2월 24∼26일설’, ‘2월 25∼26일설’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양의 시신에 석회가루가 뿌려진 데다 물탱크 안에 시신이 유기돼 정확한 사망시점을 알 수 없었기 때문. 법의학연구소도 “국과수에 보낸 시료 결과가 나와야 그 시점을 알 수 있다”며 “공기가 안 통하는 물탱크와 이물질이 뿌려진 특수성 때문에 사망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의학연구소는 이 양의 사망시점을 밝혀내기 위해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액체인 안방수 생체 검사를 벌였지만 시신 오염이 심해 분석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혈액, 위장 내 음식물, 장기 부패 정도와 부검 내용을 국과수에 보냈다. 부검 결과와 석회가루 분석은 다음 주에 나온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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