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시범실시후 학생만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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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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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설여중 통해 본 우수사례와 과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선도학교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사범대부설여중 교사들은 지난해 1학기를 마치고 모두 성적표를 받았다. 성적표에는 자신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 평균 점수와 담당 과목의 전체 평균 점수가 적혀 있었다. 전체 평균 점수보다 자기 점수가 낮다는 것은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다른 교사보다 ‘못하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평균보다 점수가 0.1점이라도 낮은 교사들은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며 “교원평가 시범 실시 이후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교사들 “아이들 서술평가가 수업개선에 큰 도움”
학생들 성의있는 응답이 관건… 예산부족 걸림돌

○ 평가 신뢰도, 학교가 높일 수 있다

2일부터 교원평가제가 전면 시행됐다. 일반 교사는 물론 교장과 교감도 평가 대상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각 학교에서 정한 계획에 따라 매년 한 차례 이상 교장 교감 교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야 한다.

2007년부터 3년간 교원평가 선도학교였던 서울대사범대부설여중은 서울시내에서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학교로 평가받는다. 학생과 학부모로 하여금 진지한 자세로 평가에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만족도 조사는 이틀에 걸쳐 이뤄진다. 학생 한 명이 10명 이상의 교사들에 대해 각각 수십 개의 질문에 답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루 만에 전부 평가할 경우 처음에는 진지하던 학생들도 뒤로 갈수록 대충 응답하면서 평가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평가 응답지를 작성하기 전에는 이 조사를 왜 하는지에 대해 교사가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솔직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평가 대상이 아닌 과목의 교사가 평가를 지도했다. 이홍자 교장은 “학생들이 제대로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구나’라고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는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해 동안 학교가 한 일에 대한 안내 책자를 배포했다. 책자에는 교원평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포함됐다. 바쁜 학부모들에게 평가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꼼꼼히 챙겨 보는 것은 기본이고 수시로 아이에게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가급적 참여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제대로 되려면 학부모 스스로 학교 홈페이지나 학교 알리미, 학교 신문 등에서 정보를 직접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원평가를 경험하면서 평가에 준비하는 자세를 갖게 됐다. 3년간 교원평가에 참여한 이영흔 양(16)은 “평소에 수업을 들으면서 좋았던 점이나 불만스러웠던 점을 기억해 뒀다가 평가할 때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 양은 “수업이 알아듣기 어렵거나 학생들에게 폭언하는 선생님은 낮은 점수를 주고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선생님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 만족도 점수 높인 교원평가제

교원평가제의 주된 목표는 교사의 부족한 능력을 자기계발을 통해 높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떤 능력이 부족한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서울대사범대부설여중에서는 학생들에게 교사에 대한 평가를 서술형으로 받았다. 그 후 학교는 각 교사들에게 가장 많이 나온 지적 사항 5가지를 개별적으로 공지했다. 한 교사는 “그냥 5점 만점의 만족도 점수만 받았다면 뭐가 부족한지 잘 몰랐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서술 평가가 수업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만족도 점수가 낮았던 교사들이 다양한 노력을 하면서 전체 평균 만족도 점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볼 기회가 많아지면서 동료 평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오지은 교사는 “교원평가는 교사 순위를 매기자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부족한 점을 알고 발전시키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매월 한 번씩 외부 강사를 초청하거나 자체 연수를 하는 등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과목 교사끼리 모여 서로의 수업을 평가할 때는 거침없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교장은 “교원평가가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개선할 것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당면한 문제는 예산. 학부모에게 줄 안내 책자를 만들 예산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내년부터 수업을 한 학기 만에 몰아서 배우는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는 점도 변수다. 교과부 계획대로 1학기를 마친 뒤에 평가를 할 경우 2학기에 집중 이수하는 과목은 평가에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간 2회 교원평가를 하기에는 예산이 넉넉지 않다. 또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는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에 평가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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