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학연 얽혀 누가 걸렸는지 모를 정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2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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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곪아 터진 교육청 인사
“교육위원만 잘 잡으면
‘소위’에서 바로 ‘소령’ 돼”

"너무 많아서 이번에 누가 걸렸는지 모르겠다."
감사원에서 서울시교육청 교원 인사 때 26명을 부당 승진시킨 의혹을 찾아내 서울서부지검에 수사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2일,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워낙 조직적으로 만든 '관행'이라 이번에 의혹을 받는 인물이 누구인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시교육청 내부에서 특정 지역 또는 특정 학교 출신끼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시내 11개 지역교육장 중 과반은 예외 없이 특정 지역 출신이 도맡아 했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인사 때마다 특정 지역 편중 문제가 불거지자 몇몇 인물은 본적지를 바꾸기도 했다"며 "여교사는 남편이 해당 지역 출신이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대학 출신끼리 편을 나눠 인사 때마다 서로 밀어준다는 것도 오래된 이야기다. 장학사 시험 때 뒤를 봐주겠다며 교사한테 돈을 받은 임모 장학관은 당시 김모 인사 담당 국장과 모 사범대학 선후배 관계다. 어떤 국장은 A사대 자리, 어떤 과장은 B사대 자리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다. 인사 때마다 '교육위원' 입김이 작용한다는 말도 많다. 서울시교육위는 시교육청을 관리 감독하는 입법부 구실이다. 한 전직 교장은 "교육위원 중 (인사를 담당하는) 교원정책과 출신 교육위원이 적지 않다. 이들이 '선배 대접'을 요구하면 실무자로서는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에서 "교육위원과 친인척 지간이라 승진이 너무 빠르다. 군대로 치면 소위가 곧바로 소령으로 진급한 경우"라는 소리를 듣는 인물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전문직 출신이 아니면 교육위원이 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들도 그 자리에 오르기 까지 같은 배를 탔으니 서로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말도 나왔다. "공정택 교육감 시절 몇몇 교육위원은 (공 교육감을 대신한) 거수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공정한 인사를 위해 존재하는 '근무 성적 평정 조정 위원회'도 허수아비일 뿐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들렸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국장 여럿이 들어가 논의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그 사람들도 다 한 통속"이라며 "결국 교육감 '오더'에 따라 행동하는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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