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람사르 등록 제주 물장오리 습지 올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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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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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뱀톱이 새봄 기다리네

제주도는 습지의 날을 기념해 람사르 습지이자 습지보호지역인 제주시 물장오리 습지를 하루동안 개방했다. 생태해설사가 물장오리 습지의 특성과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제주도는 습지의 날을 기념해 람사르 습지이자 습지보호지역인 제주시 물장오리 습지를 하루동안 개방했다. 생태해설사가 물장오리 습지의 특성과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산속에 이런 습지가 숨어 있을 줄 꿈에도 몰랐어요.” 7일 오전 11시 50분. 람사르 습지인 제주 제주시 물장오리오름 습지를 본 회사원 이동주 씨(46)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 씨는 “제주로 발령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동료들과 함께 처음 오름을 올랐다”며 “분화구에 이처럼 빼어난 경관을 갖춘 습지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오영숙 씨(55·여)는 “제주 사람으로서도 물장오리 습지를 본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고 거들었다.

이날 답사는 ‘제9회 세계 습지의 날’(2일)을 기념해 제주도와 ‘곶자왈공유화재단’이 도민과 관광객 등을 상대로 람사르 습지 생태체험을 실시한 것. 대상 습지는 제주지역 3개 람사르 등록 습지 가운데 물장오리 습지와 서귀포시 물영아리오름 습지 등 두 곳. 지난해 12월 람사르 습지로 신규 등록된 ‘1100고지 습지’는 접근이 쉬워 이번 체험 대상에서 제외됐다. 물장오리 습지는 국립공원 지역으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다. 답사 인원은 250명. 등산로에 눈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정상 부근에서는 발목까지 차올랐다. 굴거리나무, 꽝꽝나무가 여전히 푸른빛을 발했고 바위 틈새로 양치식물인 뱀톱이 얼굴을 내밀었다. 눈발이 간간이 날리는 습지에 세모고랭이, 기장대풀이 얼어 있고 주변은 산수국이 마른 가지만 남은 채 새봄을 기다렸다. 정상 주변은 개서어나무, 졸참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물장오리 오름은 해발 937m. 습지 둘레는 400m가량으로 면적은 1만2270m²(약 3700평). 멸종위기식물인 산작약이 자생하고, 멸종위기곤충인 왕은점표범나비, 물장군 등이 서식한다. 한라산을 만든 여신인 ‘설문대할망’이 빠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연중 물이 마르지 않아 조선시대 기우제를 지낸 곳이기도 하다.

생태해설사 김명준 씨는 “제주지역 습지는 내륙습지에 포함되지만 고지대 화산분화구나 분지에 물이 고여 형성된 특징을 보인다”며 “희귀동식물의 보금자리라는 자원가치와 더불어 기후변화를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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