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정치의사 표현… 학생에게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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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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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시국선언 이번엔 유죄

같은 사안 판사따라 달라 논란
전주지법선 “표현의 자유 무죄”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시국선언 사건 관련자에 대한 1심 판결이 유죄와 무죄로 엇갈리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성수 판사는 4일 전교조 인천지부장 등 3명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는 지난달 19일 전교조 전북지부장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두 판사가 다른 판결을 내린 셈이다.

두 판사는 핵심 쟁점마다 정반대의 판단을 내놓았다. 사실관계는 물론 교사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느냐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생각부터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 단순한 법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판사 개인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개별 판사의 시각에 따라 판결이 춤추는 형사단독재판의 문제점이 이번 사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전주지법의 김 판사는 “교사라고 해서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일률적으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기본 인식을 보였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가공무원법상 금지된 ‘공무원의 집단 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집단 행위’로 축소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기준에 따라 김 판사는 전교조 시국선언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나머지 쟁점은 더 따져볼 필요도 없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인천지법의 권 판사는 전교조의 시국선언 자체가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교사들의 집단적인 정치의사 표현이 판단력이 미숙한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다른 일반 공무원들보다 더 신중히 행사돼야 한다는 점도 유죄의 이유로 들었다.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 성격에 대해서도 두 판사는 시각을 달리했다. 김 판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바라는 사항을 밝힌 것”이라고 규정한 반면 권 판사는 “전교조가 주도한 정치적 의사 표명에 동조한 것으로 집단행위”라고 결론지었다.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으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 91명에 대한 1심 판결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앞으로 엇갈린 판결은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시국선언 참여로 해임된 전교조 참교육실장 정모 씨가 3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내 시국선언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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