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남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6개월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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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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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동안 이사걱정 없어 안심”
“일반 조합원 차가운 눈빛 부담”


전세금 시세보다 1억 저렴
내부시설 큰 차이없어 만족


주민들 무시하는 표현에 당혹
‘재당첨 금지’로 집장만 고민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신혼부부용 시프트에서 입주자 김선경 씨가 80일 된 둘째아들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이곳에 입주했다. 홍진환 기자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신혼부부용 시프트에서 입주자 김선경 씨가 80일 된 둘째아들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이곳에 입주했다. 홍진환 기자
“시프트(장기전세주택)에 직접 살아 보니 당분간 이사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다만 시프트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히 부담스러워요.”

지난해 6월 신혼부부용 반포자이 시프트에 당첨돼 8월 4일 입주한 김상훈 씨(32)와 김선경 씨(32·여) 부부가 말하는 시프트의 ‘명암(明暗)’이다. 이들은 2006년 결혼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방 두 개에 전세금은 4000만 원이었다. 이듬해 첫딸이 태어나면서 부부는 1억5000만 원에 관악구 봉천동 상가주택 전세로 옮겼다. 하지만 둘째를 임신한 아내가 겨우내 지내기엔 집이 너무 추웠다. 부인 김 씨는 만삭의 몸으로 산꼭대기 아파트까지 알아봤지만 부부 형편에는 턱도 없는 가격이었다. “결혼 전에는 ‘우리도 남들처럼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겠지’라고 당연히 생각했어요. 근데 집값이 예상보다 훨씬 비싸더라고요.” 부부는 마지막으로 도전한다는 심정으로 서울시에서 신혼부부용으로 내놓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시프트에 청약을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게 꿈이었던 부부는 5.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강남 한복판에 새로 지은 59m²(18평)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김 씨 부부의 당첨 소식에 결혼을 앞둔 주변 친구들은 공급 대상 1순위(혼인 기간 3년 이내+자녀 한 명)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혼인 신고를 미루기로 했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도 늘어놓곤 한다.

○명(明)

25일 집에서 만난 부인 김 씨는 무엇보다 20년간 이사 다닐 걱정 없이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에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당시 일반 전세금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한 2억2400만 원에 집을 계약했다. 전세금 인상폭은 매 2년간 5% 이내로 묶여 있다. “2년마다 집주인이 언제 나가라 할지, 돈을 올려 달라 하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게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이잖아요. 앞으로 20년 동안 그 염려는 던 셈이죠.”

반포자이 시프트는 내부시설이나 자재가 일반 분양용과 동일하다. 방 3개에 주방과 거실, 욕실 2개가 있다. 무엇보다 시프트 물량도 베란다가 확장돼 있어 18평형이라도 실제 활용하는 공간은 넓다. 한 개 동에 일반 분양과 시프트가 골고루 섞여 있어 시프트 티도 많이 나지 않는다. 아파트단지 내 사우나와 체육시설, 놀이터 등도 관리비에 포함된 이용료만 내면 제한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에 좋다.

다세대주택에 살던 김 씨 부부에겐 더는 집주인 간섭이 없는 점도 반갑다. “예전엔 못 박는 소리만 나도 집주인이 뛰어 올라오곤 했는데 아파트에선 못 박기나 보조키 달기 등은 상식선상에선 다 허용되더라고요.”

○암(暗)

물론 직접 살아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부부는 기존 전셋집에서 나오는 날짜와 시프트에 들어가는 날짜를 맞추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살던 전셋집이 만기가 아니었던 탓에 전세금을 돌려받으려면 날짜를 맞춰 새로 이사 올 사람을 구해야 했다. SH공사는 당첨자를 발표한 뒤 일주일간 계약기간을 주고 기간 내에 계약을 하지 않으면 당첨을 취소한다. 계약 후 두 달 이내에 입주를 하지 않을 경우 3개월 유예 기간의 잔금에 대한 이자(6∼9%)와 관리비를 내야 한다. 김 씨는 “대부분의 시프트 신청자는 전세로 사는 무주택자일 텐데 이런 현실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시프트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는 하지만 가끔 느껴지는 시프트 입주자들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차가운 눈빛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반포자이 조합원들은 임대주택부담금을 개인당 많게는 3000만 원 이상 냈다. 이 때문에 주민들끼리 가입하는 인터넷 동호회에는 ‘시프트 주민들이 너무 싫다’는 내용의 노골적인 항의 글도 종종 올라온다고 한다.

최근 만들어진 ‘재당첨 금지’ 조항은 부부에게 장단(長短)이 동시에 존재하는 부분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 번 당첨됐던 사람은 순위가 한참 뒤로 밀려 앞으로 사실상 다시 당첨되기는 어렵다. 이번 임대기간이 끝나면 부부는 50대가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 새로 집을 장만할 만큼 돈을 모으지 못할까 봐 벌써 걱정이다. “지금 시프트에 살면서도 나중에 이사 갈 집 걱정을 해야 하는 셈이죠. 집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시프트의 기본 콘셉트에 모순되지 않나요. 한편으로는 그 조항이 있기 때문에 아직 젊은 지금 미리 20년 뒤까지 대비할 수 있게 되네요.”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최윤영 대학생 인턴기자 연세대 교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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