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재도전]기숙학원의 하루 ‘6 t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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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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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기상 기상”→ 맨손체조→ 공복의 영어듣기
오후 4시까지 정규수업… 대부분 밤 12시까지 자율학습

2008년 여름 ‘뉴욕타임스’는 한국 경기도의 한 기숙학원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공부와 관련된 것 외엔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은 물론 이성과의 대화조차 금지된 기숙학원 생활이 이방인에겐 충격으로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재수기숙학원에 들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목표로 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재수생이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기숙학원에서 공부와 씨름하고 있다. 기숙학원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의 경험을 토대로 기숙학원의 일과를 재구성했다.

기숙학원의 기상시간은 대체로 오전 6시 반경이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최신가요를 들으며 눈을 뜨고, “기상”을 외치는 강사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독서실에서 새벽공부를 하던 친구들도 책을 덮고 운동장으로 나온다.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면서 잠을 완전히 떨쳐내고 ‘오늘도 열심히!’ 마음을 굳게 먹는다.

상쾌한 기분으로 교실에 앉는다. 공복상태에서의 ‘영어듣기’가 귀를 활짝 열어주고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오전 8시. 기다리던 아침식사 시간이다. 오늘은 북엇국에 김치, 메추리알장조림, 옥수수스크램블, 오징어무침.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오전 9시, 1교시 시작이다. 낮 12시 50분 점심시간까지 오전 수업이 계속된다. 고3 때 다 배운 줄 알았는데 수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한다. ‘이게 그런 의미였단 말이지?’ ‘이 문제를 저런 식으로 풀면 간단하구나!’ 그렇다고 매 시간 눈이 초롱초롱한 건 아니다. 졸리거나 딴 생각이 들면 선생님 말씀을 무조건 받아 적는다.

점심시간 1시간, 양껏 먹고 뛰어나가 신나게 농구를 한다. 삼삼오오 탁구장으로 가기도 하고, 교실에 엎드려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친구들도 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오후 수업이 이어진다. 졸음이 밀려온다. 예전 같으면 교과서를 세워놓고 엎드려 눈을 붙였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얼른 일어나 교실 뒤에 선다. 벌써 세 명이나 서서 수업을 듣고 있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나면 자율학습이 계속된다. 기숙학원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건 집에 오고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도 모두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점이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은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학과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위해 메모해 둔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싶지만 자율학습 때 졸리면 안 되니까 밥을 두어 숟가락 덜어내고 반찬도 적당히 담는다. 운동장에서 찬바람을 쐬며 오후 11시 반까지 공부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책상 앞에선 통 풀리지 않던 문제가 이렇게 멍하게 있을 때 문득 풀리기도 한다.

다시 자율학습이다. 서두르지 않는다.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문제풀이를 한다. 벌써 11시 반이다. 공부에 탄력이 붙었으니 밤 12시 반까지 더 공부한다. 내일 공부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까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재수에 성공하려면 규칙적인 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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