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재도전]“캄캄했던 새출발… 여기서 ‘등대’를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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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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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서 공부담금질… 재수 성공한 7인

《재수생은 불안하다. 고3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 때문에 불안하고, 또다시 실패해선 안 된다는 부담 때문에 불안하다. 따뜻했던 학교 담임선생님은 나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키워내는 중이고, 졸지 말라고 옆구리 찔러주던 친구는 대학 가고 없다. 재수생,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지혜로운 재수생활을 통해 2010학년도 대입에서 좁은 문을 뚫고 합격한 선배들을 통해 답을 찾아보자.》


1. 강정훈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

경북외국어고를 졸업한 강정훈 씨는 지원한 대학에 떨어진 뒤 막연히 좋은 학원들이 많은 서울에서 재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배들은 “재수종합반에 다니면 학원수업 이외의 시간은 풀어져 있기 쉽다”고 충고해 주었고, 강 씨는 기숙학원으로 마음을 돌렸다.

기숙학원 중 사관학교 준비생이 많은 사관등용문기숙학원을 선택했다. 사관학교 입시가 일반 대학에 비해 빠르니 사관학교 준비생들과 속도를 맞추면 다른 수험생보다 한발 앞서 나갈 것이라 판단했다.

강 씨는 재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학은 ‘혼자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을 강 씨는 모르고 있었다. 수학은 먼저 기초가 완성돼야 한다는 것을.

이에 강 씨는 기숙학원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자율학습 시간에 복습하면서 혼자 힘으로 풀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뒤 기출문제 중심으로 응용력을 키웠다.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밤늦게라도 선생님에게 달려가 물을 수 있었던 건 기숙학원에서 누린 가장 큰 혜택이었다. 갑자기 늘어난 공부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학습계획을 철저히 짜게 된 습관은 고스란히 일상생활로 이어졌다.

2. 박종아 <서울시립대 자유전공학부 합격>

박종아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졌던 경찰대 진학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재수를 결심했다. 경찰대 대비반이 있는 성균관기숙학원에 등록했다. 일주일에 네 번은 정규수업 후 경찰대 대비반에서 따로 국어 영어 수학 중심으로 공부했다. 결국 박 씨는 서울시립대 자유전공학부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했다.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재수까지 한 마당에 대학에 못 가면…. 발등에 불 떨어진 심정으로 각오를 다졌지요.”

박 씨는 이번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모두 1등급, 사회탐구는 2∼3등급을 받았다. 같은 학원 친구들로부터 배운 ‘학습 다이어리’ 작성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박 씨는 말했다.

“재수를 시작하고부터는 그날 공부할 내용과 공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 새로 배운 공식까지도 꼼꼼하게 다이어리에 적었어요. 공부가 잘 안 될 때는 다이어리를 쭉 읽어보기만 해도 며칠 분량을 복습할 수 있었어요.”

3. 이수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합격>

대구외국어고를 졸업한 이수현 씨는 지원한 모든 대학에 떨어진 뒤 재수를 결심했다. 하지만 집에서 먼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통학에 허비할 시간이 아까웠고, 재수 후반부에 마음이 해이해질까봐 두려웠다. 결국 생활관리가 엄격한 남양주스카이에듀 기숙학원을 선택했다.

“학교 다닐 때는 수업이 재미없으면 안 듣고 다른 과목을 공부했는데, 기숙학원에선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이번엔 꼭 합격해야 한다는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이고, 또 ‘이게 얼마짜린데’ 하는 본전 생각 때문에요.”

이 씨는 첫해 수능에서 2등급을 받았던 수리영역을 이번엔 단 한 문제를 틀리면서 1등급으로 끌어올렸다. 수능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해 수능 문제의 유형을 파악한 게 주효했다.

이 씨는 문제집에 △알고 푼 문제 △풀긴 했으나 헷갈리는 문제 △알 것 같은데 답이 안 나오는 문제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각기 다르게 표시하며 공부했다. 정답을 맞혔더라도 풀이에 자신이 없었던 문제는 반드시 다시 풀었다. 정답지에 나온 풀이법을 완벽히 이해하고, 혼자 풀 수 있을 때까지 반복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문제 푸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4. 강민수 <연세대 교육학과 합격>

강민수 씨는 대구 효성여고 3학년 때 치른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사회탐구 성적이 평소보다 저조한 평균 3등급이 나와 재수를 택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강 씨는 용인메가스터디기숙학원에 들어갔다.

강 씨는 언어·수리·외국어 중심으로 공부하되, 기숙학원에 있는 덕분에 생긴 자투리 시간들을 사회탐구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복습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고등학교 때 같았으면 미뤄두고 말았을 거예요. 하지만 학원지도에 따라 주간 학습계획표를 만들어놓고 공부하니까 휴식시간에도 자리를 뜨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이 생기더라고요.”

달라진 건 또 있다. 고3 때는 문제집을 여러 권 풀었는데, 재수하는 동안엔 기출문제만 3회 반복해 풀었던 것. 자주 출제되는 문제유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횟수를 거듭할수록 뭔가 알아간다는 자신감이 붙는 게 좋았다.

강 씨는 기숙학원 생활을 통해 전국적으로 친구가 생긴 걸 큰 소득으로 꼽았다. 지난 여름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할 때도 친구들이 먼저 알아채고 격려해준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엄격한 생활관리… 자기주도 학습… 일보후퇴 통해 더 많은 것 배웠죠

5. 박종혁 <고려대 정경대 합격>


부산 해운대고를 졸업한 박종혁 씨는 2009학년도 수능 외국어영역 듣기 시험을 망친 탓에 지원한 모든 대학에 불합격했다. 박 씨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집에서는 재수에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천탑클래스기숙학원을 택했다.

“매일 같은 스케줄을 반복하니까 들쭉날쭉했던 언어영역 성적이 안정감을 찾았어요. 모의고사 당일 컨디션에 따라 1등급이 나오기도 하고 3등급이 나오기도 하니까 고3 내내 불안했는데, 재수하는 동안엔 수능이 다가올수록 자신감이 붙었어요.”

재수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진 것. 고3 때는 인터넷강의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재미있는 강의를 듣고 있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지만 실상 강의를 들을 때뿐이었다. 재수하는 동안엔 인터넷강의를 끊고 학원수업과 자율학습에만 충실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적이 정체되면 의욕을 잃었다. 그때 학원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성적이 정체를 보이는 건 도약을 위한 중간 과정”이란 얘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

6. 김진희 <고려대 언론학부 합격>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를 졸업한 김진희 씨는 믿었던 과목들에 ‘뒤통수’를 맞고 재수에 임했다. 수능에서 외국어 2등급, 사회탐구 평균 3등급을 받는 바람에 다 이룬 줄 알았던 ‘고려대생’의 꿈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공부 외엔 신경을 끊겠다는 각오로 남양주정일기숙학원에서 절치부심했다. 김 씨는 경희대 한의예과와 고려대 언론학부에 동시 합격하고, 행복한 고민 끝에 고려대행을 굳혔다.

김 씨는 일요일 밤마다 주간 계획을 세웠다. 매일 언어 수리 외국어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사회탐구 2과목씩을 더했다. 만만치 않은 분량인데도 자율학습시간이 넉넉해 소화할 수 있었다.

‘2%’ 부족한 실력은 수업에 열중하는 것으로 만회했다. 외고 출신이라 ‘기본실력’으로 밀어붙였던 외국어영역이지만 학원수업을 듣고서야 문제 푸는 요령을 터득하고 한결 수월해졌다. 사회탐구영역의 복병이던 사회문화 역시 강의를 꾸준하게 들으면서 복잡하게 얽혔던 개념이 말끔하게 정리됐다. 수능이 끝난 뒤에 치러진 고려대 논술고사는 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으로 대비했다.

7. 김덕영 <연세대 건축도시공학부 합격>

서울 관악고를 졸업한 김덕영 씨는 수능에서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저조한 성적을 받고 재수를 결심했다. 강화종로기숙학원에 들어간 건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세심한 관리를 받을 환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가족과도 떨어져 있고 주위에 친구도 없어 ‘괜히 재수 했나’ 후회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아픔을 지닌 학원 친구들과 동고동락하고 가까워지면서 적응할 수 있었지요.”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시작하고 보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휴대전화가 없으니 딴 생각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 고3 때는 머리가 조금만 아파도 드러눕기 일쑤였는데, 재수를 하는 동안엔 그러지 않았다. 주위에 온통 공부하는 친구들뿐이니 도저히 엄살을 부릴 수 없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공부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재수를 하면서는 개념정리에 공을 들였다. 참고서 하나를 여러 번 반복해서 봤다. 문제집을 풀다 알게 된 새로운 사실도 그 참고서 여백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참고서 한 권으로 한 영역의 개념을 완벽하게 정리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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