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동서남북/작은 극장 돌체의 실험, 더는 볼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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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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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최초이자 최장수 연극 전용극장인 ‘작은 극장 돌체’를 운영하던 연극인 부부가 최근 남구로부터 ‘강제 퇴거’ 명령을 받았다. 국비와 시비 지원으로 2006년 건립된 인천 남구 문학동의 연극전용 소극장(지상 4층, 총면적 488m²)이 이들 부부에게 3년간 위탁 운영되다 지난해 12월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다른 비영리재단으로 운영자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인천 연극계에 작은 파문이 일면서 남구의 행정편의적인 문화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개경쟁 입찰과 문화시설운영위원회 심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극장 운영자 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극 전용극장의 설립 취지가 크게 퇴색된 데다 수십 년간 가꿔온 문화자산이 홀대받아 연극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천 연극의 산실인 돌체 소극장은 1979년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의 싸리재고개에 있던 얼음공장에서 시작됐다. 마임계 2세대에 속하는 최규호 씨 부부는 1983년 돌체 소극장을 연극 전용 소극장으로 전환시킨 뒤 이곳의 마임극단을 중심으로 30년 가까이 수많은 연극인을 배출해 오고 있다.

그러나 2006년 경영난에 허덕이던 돌체 소극장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지역문화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모 국회의원이 국비와 시비 16억 원을 지원받도록 힘을 써 문학동에 연극 전용 소극장을 새로 지을 수 있었다.

돌체 소극장이 중구에서 남구로 이전해온 뒤 시민들의 문화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시민참여 연극 프로젝트, 1000원으로 즐기는 소극장 영상, 소극장 순례 등 여러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또 기획공연과 정기공연을 수시로 펼쳤고, 매년 세계 10여 개국의 연극팀을 초청하는 ‘인천 국제클라운마임축제’를 14회째 이어오고 있다.

남구는 ‘공개 모집’이라는 미명 아래 이런 문화콘텐츠를 유지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는 이번 공모에 앞서 소극장 운영자격을 ‘전문 극단’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 및 법인으로 확대하도록 조례를 슬며시 개정했다. 새 운영주는 남구 산하 다른 소극장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이 소극장은 돌체 소극장과 같은 창작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한 채 주민문화학교, 교양강좌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문학동 소극장이 여타 주민복지센터와는 질적으로 다른 ‘주민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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