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수학은 100m 아닌 마라톤 재미 붙으면 술술 풀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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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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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사상 30회 받은 포항제철지곡초교 최성호교사의 ‘수학공부론’

체육과 출신… 22년 수학지도
학생들 각종 경시대회 수상

포항제철지곡초교 ‘수학창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최성호 교사. 그는 “수학은 문제풀이가 아니라 재미있게 생각하는 놀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포항제철지곡초교 ‘수학창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최성호 교사. 그는 “수학은 문제풀이가 아니라 재미있게 생각하는 놀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재미없고 골치 아프고, 열심히 해도 성적은 좀체 오르지 않는 과목. 상당수 학생들은 이런 과목으로 수학을 꼽는다. 수학만 없다면 학교 다닐 맛이 나겠다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지곡초교 최성호 교사(51)의 ‘수학공부론’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사는 22년째 수학을 가르치면서 지도교사상을 30회 받았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 및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은 횟수는 두툼한 수상 자료를 한참 헤아려봐야 할 정도다. 이 학교 학생들은 연간 300여 명이 각종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춘천교대 체육과 출신이다.

1987년 개교한 포철동·서초교가 일류교육을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쳐보자’는 신념을 갖고 부임했다. “당시 학생들이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자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답답했던지 ‘체육과 출신이지만 젊은 최 선생이 한 번 맡아서 해봐라’고 하더군요. 5, 6년 동안 엄청 헤맸습니다.”

그가 “5, 6년 헤맸다”고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죽으라고 수학문제 풀이를 강요하다시피 한 경험을 가리킨다. 열심히 문제를 풀게 하면 낫지 않을까 싶었다는 것인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수학을 멀리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교사가 어떻게 억지로 시키겠느냐”며 “근본적으로 수학 공부에 대한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결론은 아이들 스스로 재미를 붙이도록 도와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가 13년째 근무하는 포철지곡초교 2층에는 ‘수학창의실’이 있다. 벽에는 피타고라스와 가우스, 페르마 같은 세계적인 수학자들의 초상화가 8개 걸려 있고 탁자 등에는 레고 비슷한 조각 끼워 맞추기 교구들이 가득하다. 저학년들은 여기서 교구를 만지며 ‘놀고’ 이 과정을 거친 고학년은 수학 문제를 푼다. 그는 저학년들에게 수학의 ‘수’자도 꺼내지 않는다. 그냥 퍼즐 맞추기를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점차 생각과 토론에 젖어든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서 그를 초청해 수학공부의 비결을 듣지만 그의 대답은 싱겁게 느껴진다. 그는 “수학은 100m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처럼 길게 보면서 재미를 붙이도록 하는 게 알파요 오메가다”고 강조했다. 수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다 보니 이 학교 학생들은 수학은 물론이고 과학탐구력과 독서논술대회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최근 한국수학교육회 주최로 열린 경시대회에서 만점으로 28일 대상을 받는 이 학교 6학년 강대훈 군(13)은 “한 문제를 놓고 3시간 동안 씨름할 때도 있다”며 “자연과학에 관한 책을 틈틈이 읽고 날마다 2시간 정도 수학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수학이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 됐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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