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상명여중 1학년 황미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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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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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암기 ‘좁은 우물’ 벗어나야 아하~ ‘이해’가 보여요

“공부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만큼 재미있다”는 서울 상명여중 1학년 황미현 양. 최하위권에서 중위권에 당당히 오른 황 양의 공부에 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공부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만큼 재미있다”는 서울 상명여중 1학년 황미현 양. 최하위권에서 중위권에 당당히 오른 황 양의 공부에 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황미현 양(서울 상명여중 1학년)이 공부에 흥미를 잃은 건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선행학습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했다. 집에 와서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중학교 과정을 예습했다. 하루 11시간 강행군을 하는 사이 공부는 스트레스가 됐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줄어들자 ‘이러다가 친구들과 멀어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생겼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창밖으로 거리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또래 학생들을 보니 ‘공부는 꼭 지금이 아니어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황 양은 공부보단 친구들과 ‘친분’을 쌓는 데 주력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원 근처 노래방에 갔다. 친구들과 예쁜 옷을 구경하러 서울 동대문시장 일대를 배회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치른 시험인 배치고사 성적표를 받아든 황 양. 머릿속이 하얘졌다. 충격적인 점수였다. 평균 20점대. 전교 340여 명 중 300등. 초등학교 때는 85점 이하 점수를 받은 적이 없었던 황 양은 성적표를 보고 당황하는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가 부족했던 탓이에요. 조금만 공부하면 예전만큼 점수가 나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올봄 공부를 다시 시작한 황 양. 하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랐다. 초등학교 때는 단순히 외우기만 해도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에서는 단순암기가 통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수도는 자카르타’처럼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역사, 지리적 특성, 기후, 산업이 모두 포함된 ‘플랜테이션’ 같은 개념을 알아야 했다. 오후 3, 4시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 11시까지 하루 대여섯 시간을 공부해도 머릿속에는 몇 개의 단어만 떠돌 뿐이었다. “하나도 빼지 않고 모든 과목이 어려웠다”는 황 양은 특히 외워야 할 내용도 많은 데다 개념까지 알아야 하는 사회 과목을 금방 포기하게 됐다.

중간고사에서 전 과목 평균 30점을 받았다. 배치고사에 비하면 평균 10점이 올랐지만 한 달 동안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다. 화가 났다.

“1, 2점 떨어졌다고, 전 과목에서 한 문제를 틀렸다고 우는소리 하는 친구들이 너무 미웠어요. ‘저렇게 성적에 목매는 것보단 차라리 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 데까지 떨어지더라도 신나게 지내는 편이 낫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황 양은 공부에 더 자신감을 잃었다. 제비뽑기를 통해 교실 맨 뒷줄에 앉게 된 일은 황 양을 공부와 더 멀어지게 했다. 수업에도 흥미를 잃었고 수업시간엔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이 일과였다. 선생님이 떠드는 황 양을 나무라면 괜한 반항심에 더 큰 소리로 떠들기도 했다. 1학기 기말고사 성적과 2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평균 20점대.

그러던 어느 날 황 양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났다. 성적이 많이 떨어졌을 때도 “영어단어 몇 개 더 안다고, 수학문제 몇 문제 더 풀 수 있다고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며 자신을 격려해주던 엄마였다. “공부는 못해도 괜찮지만 이렇게 생활이 엉망인 모습은 더 이상 참고 봐줄 수가 없다”면서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에 황 양은 무서움을 넘어 미안함을 느꼈다.

그 뒤 황 양은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꿨다.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중2 내신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중2 때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중1 때 어느 정도 학업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충고를 들었다.

황 양은 ‘수업시간에 집중하기’를 제1목표로 삼았다. 선생님의 배려로 자리도 맨 앞으로 옮겼다. 사회시간에는 선생님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100장이 넘는 유인물 가장자리에 빼곡히 메모를 했다. 하지만 국어시간에는 선생님이 말한 내용을 모두 받아 적어도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황 양은 반에서 1등을 하는 친구의 필기 내용을 쉬는 시간을 틈 타 베끼기 시작했다. 황 양은 “나는 무조건 받아적는 데 반해 1등은 중요도에 따라 색을 다르게 해서 표시를 해둔다든지, 교과서에 나오지 않지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말한 내용을 여백에 정리하는 필기 노하우를 갖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결국 황 양은 내용을 얼마나 외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 양의 첫 공략과목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한 사회였다. 사회에는 하루 2, 3시간을 투자했고, 어렵게 느껴지는 수학, 과학은 하루 10∼20분씩 매일 틈틈이 공부하는 전략을 짰다.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와 교과서로 공부하고, 자습서와 문제집을 장만해 보충할 내용을 파악했다.

드디어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전교 343명 중 232등이던 사회과목이 157등으로 올랐다. 기술·가정은 257등에서 137등까지 올랐다. 국어, 수학, 영어 과목 성적도 모두 40등가량 올랐다.

황 양은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은 것이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기말고사 사회시험에 도움을 받은 건 만화책이었다. 과거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을 읽은 기억을 되뇌니 사회교과서에 나열되는 중국 역사에 관한 함축적인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대 중국∼송나라’인 시험범위에 등장하는 각종 인물과 지명, 역사적 사건들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황 양은 “이젠 공부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만큼 재미있다”고 했다.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2학년에 올라가면 더 어려운 내용을 배우겠지만 이제는 어떤 내용이 나와도 자신 있어요. 공부할 때 너무 달달 외우려고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을 테니까요.”(황 양)

수개월 만에 최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오른 황 양.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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