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과교실제… 수업만족도 조사… 한가람고, ‘이유있는 9대1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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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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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율고중 최고 인기… 지역 명문고 도약
졸업학점제 계절학기 등 끊임없이 학생 눈높이 맞추기 노력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하는 서울지역 13개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의 원서접수결과 한가람고(서울 양천구 목동)의 일반전형 경쟁률이 9.1 대 1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지역 자율고 평균 경쟁률인 3.4 대 1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한가람고가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관심을 끈 이유는 뭘까?
자율고 입시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11월 입시전문업체 진학사가 서울지역 219개 고교 재학생과 졸업생 6938명을 대상으로 ‘고교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한가람고는 수업만족도에서 5점 만점에 4.56점을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한가람고의 경쟁력을 3개의 키워드로 살펴본다.》

[Key Word 1] 자율성 중심 - ‘교과교실제’

한가람고는 2007년 모든 과목에 ‘교과교실제’를 도입했다. 교과교실제란 교실마다 특정과목을 가르치는 담당교사가 머무르면 학생들이 자기가 짠 수업시간표에 따라 매 시간 이동하면서 수업을 듣는 방식.

2학년 임우정 양(17)은 “수동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수업을 찾아가기 때문에 수업시간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면서 “특정 교과의 선생님이 특정 교실에 상주하기 때문에 공부하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찾아가 질문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담당교사들은 과목별 전용교실을 해당과목에 맞게 꾸민다. 예를 들어 수학교실 뒤에 있는 게시판엔 2학년 수학 전 단원에 나오는 공식, 수학 전공자가 진출 가능한 분야(컴퓨터·금융·보험 등)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글이 붙어있다. 책장 속엔 고교 전 학년 수학과목 문제집, 위대한 수학자를 다룬 서적들이 즐비하다.

3학년 민준희 군(18)은 “도서관이 따로 있어도 읽고 싶은 수학책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어 수학교실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가람고 학생들은 인문계·자연계 구분없이 학업수준이나 흥미에 따라 선택과목을 고른다. 같은 반에도 ‘일본어Ⅰ, 물리Ⅰ, 한국지리’를 듣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중국어Ⅰ, 화학Ⅰ, 경제’를 듣는 학생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원이 328명인 2학년 학생들이 각기 만든 시간표 종류만 132가지다. 313명인 3학년 학생들은 84가지다. 국어 영어 수학 등 필수과목을 들을 때도 학생들은 과목별 교실을 찾아간다.

이옥식 교장은 “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에게도 철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경제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에게도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면서 “선택과목을 인문계·자연계 별로 뚜렷하게 나누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Key Word 2] 수요자 중심 - ‘수업만족도조사’

1997년 개교할 때부터 한가람고는 교사의 수업을 학생들이 평가해왔다. 매 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만족도 조사’를 하는 것. 학생들은 교사가 수업내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 학습 자료를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하는지, 수업진도를 적절하게 분배해 수업을 진행하는지 등 항목에 따라 1에서 5점까지의 점수를 매긴다. 점수는 곧바로 교사들에게 피드백 되고 수업개선을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2학년 이지영 양(17)은 “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교탁 위에 올려놓은 종을 치곤했는데, 지난 1학기 수업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은 ‘종을 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다음 수업에 들어가 보니 종이 바로 사라져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한가람고에선 내년부터 ‘졸업학점 이수제’가 진행된다. 학생들은 3년 간 총 210학점을 얻어야 졸업할 수 있는 것. 이에 따라 학년에 상관없이 과목과 수업을 선택하는 ‘무학년제’도 실시된다. 이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에는 각 6학점을, 다른 과목에는 각 3학점을 배정했다. 이 제도로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따라 수강계획을 세우면서 학업을 진행한다.

이 학교는 2011년부터 2, 3학년의 1학기를 매년 1월에 시작할 계획. 학생들이 6, 7월을 틈타 계절 학기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조기 졸업이 가능해진다.

[Key Word 3] 체험 중심 - 동아리활동 지원

한가람고 학생들은 2, 3학년이 되면 댄스스포츠, 영상미술, 합창합주, 디자인, 멀티미디어 같은 예체능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학생을 공부에만 내몰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도록 지원한다는 취지.

이 학교에서 영상미술 과목을 진행하는 최병재 교사는 포토샵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알려준 뒤 이 프로그램으로 사진을 편집해 만든 창조적 이미지를 학생들이 직접 티셔츠에 새겨보도록 한다. 이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대학에 가면 과제물을 만들 때 포토샵 프로그램을 쓸 일이 많을 것 같아 미리 배웠다”고 말했다.

동아리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이 학교 천문관측부 학생들은 별자리를 보기 위해 멀리 떠나지 않고 학교 운동장에 모인다. 이 동아리를 위해 학교가 마련한 천체망원경 2대가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별을 볼 때 쓰이는 구경 6인치의 ‘굴절망원경’과 밝은 별을 볼 때 쓰이는 구경 8인치의 ‘반사망원경’이 그것이다.

2학년 이지흔 양(17)은 “올해 여름 천문관측부 동료들과 ‘공개관측회’를 진행했다”면서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다른 학생들에게 별을 보여주면서 마치 내가 천문학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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