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출축제 열흘 앞두고… 해맞이 명소 여수 향일암 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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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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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대웅전서 발화종각-종무소 등 3개동 전소경찰, 방화 가능성 수사

하룻밤 새 잿더미로  20일 0시 24분경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금오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 향일암에서 불이 나 대웅전, 종각, 종무실이 모두
탔다. 향일암은 올해 4월 특정 종교에 심취한 40대 여성이 난동을 부려 대웅전 불상이 파손되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향일암에서
바라본 해돋이 모습으로 이번 화재가 나기 전에 촬영했다. 사진 제공 여수시청
하룻밤 새 잿더미로 20일 0시 24분경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금오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 향일암에서 불이 나 대웅전, 종각, 종무실이 모두 탔다. 향일암은 올해 4월 특정 종교에 심취한 40대 여성이 난동을 부려 대웅전 불상이 파손되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향일암에서 바라본 해돋이 모습으로 이번 화재가 나기 전에 촬영했다. 사진 제공 여수시청
해맞이 명소인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향일암(向日庵·전남도문화재 자료 40호)에서 불이 나 내년 1월 1일 예정된 일출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20일 0시 24분경 여수 금오산 중턱 해발 150m에 자리한 향일암 대웅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향일암의 연규 총무스님은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대웅전 안에서 불길이 치솟아 신고했다”고 말했다. 불이 난 직후 향일암에 있던 승려, 신도, 공사 관계자 등 24명은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 공무원, 주민 등 294명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소방차도 39대나 동원됐다. 소방대원들은 향일암 안에 있는 저수조 3곳에 담긴 물 25t을 관음전, 삼성각 등 사찰 5개동에 뿌려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 대웅전 불티가 인근 5m 안팎에 위치한 종각, 종무소까지 번졌다. 이날 불로 대웅전(51m²), 종각(26.9m²), 종무소(16.5m²)를 모두 태워 5억9000만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3시간 만에 꺼졌다.

○ 폐허가 된 향일암

남해를 내려다보고 있던 대웅전의 웅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현장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시커멓게 타버린 나무 기둥과 신자들이 정성스럽게 쓴 기왓장이 산산조각 난 채 흩어져 있었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희망의 기운을 알리던 종각도 아슬아슬하게 기둥에 의지한 채 매달려 있었다. 사찰 측은 지난해 사찰 관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줄 것을 여수시 등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를 본 3개동은 1970년부터 중건한 곳으로 대웅전 벽 등에는 황금이 칠해져 있었다. 다행히 문화재 가치가 있는 유물은 외부 대여금고에 보관돼 무사했다.

여수소방서는 향일암 관계자가 화재 발생 4시간 전 대웅전 내 촛불 4개, 연등 1000개를 모두 끄고 백열등 3개만 켜놓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웅전 불길이 갑자기 치솟은 점을 감안해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화재현장에서 정밀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 망연자실한 현지 주민들

여수 시민들은 향일암이 잿더미가 되자 ‘일출 특수(特需)’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맑은 날씨에는 경남 거제도까지 보이는 풍광을 보기 위해 연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해맞이 명소이기 때문. 특히 새해에는 장엄한 일출을 보기 위해 5만∼8만 명의 인파가 찾아 주변 상가와 민박업소 등이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여수시는 이달 31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던 향일암 일출제를 예정대로 추진할지 고민하고 있다.

향일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인 화엄사의 말사(末寺·본사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로 원효대사가 659년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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