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만5000명 방문… 이젠 ‘富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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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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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부귀리 물안마을
산골 주민 54명 뭉쳐
친환경 체험지 변신
2000명이 귀농 문의

강원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를 찾은 외국인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수현 이장
강원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를 찾은 외국인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수현 이장
15일 오후 찾은 강원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 물안마을의 겨울 풍경은 고즈넉했다. 행정구역상 춘천이지만 화천과 양구가 더 가까운 전형적인 산촌마을. 춘천시내에서 양구 방면으로 굽이굽이 고갯길을 지나 40여 분 만에 도착했다. 매서운 날씨 탓인지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농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뿐.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한가로운 풍경과 달리 이 마을에는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마을 이름처럼 부귀(富貴)의 꿈이 영글어가는 거센 바람이다.

○ 마을 바꾸니 외지인들 발길 쇄도

부귀리가 본격적인 변신을 시작한 것은 2002년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하면서부터. 주민들은 이때 받은 지원금 2억 원으로 마을을 단장했다. 우선 가로수를 심었다. 낡은 마을회관도 리모델링했다. 주차장도 만들었고, 폐교에는 각종 체육시설을 설치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자리 잡은 친환경농업을 외지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

부귀리는 각종 우수마을로 선정돼 30억 원 가까운 지원금과 상금을 받았다. 강원도 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마을, 산촌생태체험마을,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 우수상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 이 지원금으로 외지인들을 위한 숙박과 체험시설을 갖췄다. 계절에 맞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후 여행사와 손잡고 산나물 채취 투어를 만들었다. 서울 아파트를 돌며 농산물 판매와 마을 홍보 활동을 벌였다. 점차 소문이 나면서 부귀리를 찾는 발길이 늘어났다. 지난해 1만2000여 명이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1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1999년 가구당 700만 원에 불과하던 소득이 지난해 3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폐가나 다름없던 마을회관은 2동이 됐다. 한 푼도 없던 마을발전기금은 1억 원으로 늘어났다.

○ 왔다 가는 농촌에서 머무는 농촌으로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 마을 입구.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 마을 입구.
부귀리에는 31가구 54명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6가구만이 토박이고 나머지는 모두 귀농가구다. 지금도 귀농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올해 6, 7월 귀농 신청자 접수 때는 2000여 명이 문의 또는 신청하기도 했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귀농인에게는 집을 임대해 주고 마을발전기금으로 구입한 농기계를 공동으로 사용토록 하는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 농지 4958m²(약 1500평)를 연 17만∼18만 원에 임대해 준다.

부귀리가 변화한 중심에는 신수현 이장(45)이 있다. 서울에서 조경기사로 일하던 신 이장은 1995년 고향인 부귀리로 귀농했다. 뇌종양에 걸린 아내의 치료를 위해 공기 좋은 고향을 택한 것. 마을에는 15가구만 남아 있었고 대부분 60, 70대 노인들뿐이었다.

신 이장은 아내를 위해 농약을 치지 않고 채소와 쌀농사를 지었다. 마을에 들른 도시민들이 무농약 재배 농산물을 사가거나 주문을 해왔다. 이를 지켜본 마을 사람들도 점차 신 이장의 친환경 농법을 따라했다. 부귀리 주민들은 1999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와 자매결연하고 도농교류를 시작했다. 대기업과도 1사1촌을 맺어 판로 걱정 없이 농사를 짓게 됐다. 신 이장으로서는 부귀리에서 아내의 건강과 잘사는 고향 마을을 한꺼번에 얻은 셈이다.

신 이장은 “주민 모두의 단합이 마을을 바꾼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산채, 장뇌, 더덕 등의 소득 작목 도입으로 농가 수입이 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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