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노조전임 無賃’ 합의 물거품?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통상적 노조 업무도 타임오프에 포함돼야”
한노총, 여당案추가수정 요구
노동부-재계선 반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최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노사관계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타임오프(time off·근로시간면제)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정의견을 11일 제출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8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타임오프의 범위에 노사정 합의에다 ‘통상적 노조관리업무’를 추가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 불씨가 된 한국노총의 수정의견


한국노총의 수정의견은 한나라당 개정안 중 ‘통상적 노조관리업무’로 한 타임오프 범위를 ‘통상적 노조업무’로 변경하자는 것. 한국노총은 “한나라당 개정안대로라면 상급단체 활동 참여, 총회, 교육 등 기존 노조활동이 배제될 우려가 크다”며 “타임오프 범위는 단체협약이나 사용자 동의가 전제된 만큼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개정안에 담긴 ‘타임오프 범위를 초과하는 임금의 지급 요구 및 수령을 금지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내년 7월부터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더라도 기존에 체결한 단체협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효력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요구안도 내놓았다.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산별노조의 경우 교섭창구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업장 내에서 과반수 노조가 아니더라도 쟁의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경우 전체 노조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이 없으면 쟁의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한노총 ‘타임오프 위반’ 처벌조항 삭제도 요구


한국노총의 수정의견이 받아들여지면 타임오프 범위가 크게 넓어져 기존 노조활동에 사실상 제약이 없어지게 된다. 소수노조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져 교섭창구 단일화의 의미도 퇴색된다. 한국노총은 “원래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제출하기 전에 이런 의견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수정의견을 낸 것”이라며 “수정의견이 노사정 합의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부는 “한국노총의 수정의견은 사실상 전임자 제도를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 5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도 14일 오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방문해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경제 5단체 상근 부회장들은 “한나라당 안(案)에서 ‘통상적인 노조관리업무’가 타임오프제 허용 범위에 들어간 데 대해 많은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발의안이 노사정 합의를 변질시킴에 따라 노조 전임자 수가 오히려 증가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 ‘통상적 노조관리업무’가 빌미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와 개정안 제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수정의견을 내게 된 데는 개정안에 담긴 ‘통상적 노조관리업무’가 빌미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이라는 용어를 폭넓게 해석할 경우 상급단체 파견, 교육, 총회 등 기존 노조활동이 범위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 한국노총의 이번 수정의견은 이를 좀 더 명확하게 보장받자는 차원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 이후 개정안에 ‘통상적 노조관리업무’라는 용어를 넣기 위해 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통해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런 지적에 대해 “충분한 제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상진 한나라당 제5정조위원장은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통상적인 노조관리업무’란 표현 앞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고 말했다.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타임오프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면 우려하는 대로 확대해석 될 여지는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11일 제출한 수정의견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노조관리업무’를 ‘통상적인 노조업무’로 변경하면 기존 노조활동을 전반적으로 다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 이후 반발하는 산하 사업장 노조를 무마하려고 수정의견을 제출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