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범죄 10년새 2.5배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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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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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안정책硏보고서
강간-살인 급증 ‘흉포화’
조기 은퇴-상실감이 원인


10년 전 은퇴한 김모 씨(65)는 가끔 스스로 변한 자신에 놀란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성적욕구는 여전해 가끔 성매매 업소를 이용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이후 김 씨는 대학가를 돌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여자들을 만나면 성추행을 하기 시작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전개되는 가운데 노인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노인 인구가 늘기 때문이 아니라 △조기 은퇴 △독거생활 △경제적 빈곤 등으로 인한 영향이 큰 것이라는 분석이다.

○ 노인들 무서워져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생활안전대책연구실 유지웅 박사는 1998∼2008년 대검찰청 범죄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노인범죄 발생 실태분석과 예방 대책’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전체 범죄자수는 1997년 198만6254명에서 2007년 198만9862명으로 소폭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만 60세 이상 노인 범죄자수는 3만4211명에서 8만4028명으로 2.5배로 증가했다. 또 1997년을 기준으로 연도별 범죄자수 증가율 평균을 산출한 결과 2007년까지 전체 범죄자수는 9.9% 증가한 반면 노인 범죄자수는 84.3% 증가했다. 노인 범죄자수 증가율이 전체 범죄자의 8.5배나 된 것.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 84.3%, 50대 48.3%, 40대 42.8% 증가한 반면 30대는 3.4%, 20대 8%, 10대 24.2%가 오히려 감소했다.

유 박사는 범죄 발생 빈도만으로 노인 범죄를 분석할 경우 노인 인구 증가가 고려되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구 10만 명당 전체 범죄자수, 노인 범죄자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인구 10만 명당 전체 범죄자수는 10년간 4322명(1997년)에서 4107명(2007년)으로 4.9% 감소한 반면 노인 범죄자수는 810명(1997년)에서 1329명(2007년)으로 64.0% 증가했다.

○ 빠른 은퇴, 빈곤, 소외감이 원인

노인 범죄 중 특히 강간,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가 크게 증가했다. 1997년 기준 연도별 전체 노인 범죄자수 증가율 평균이 84.3%였지만 강간은 107.3%, 살인은 113.4%, 폭행과 상해는 각각 116.0%, 141.0%, 절도는 22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흉포해진 원인으로 △빨라진 은퇴와 상실감 △자식부양을 받지 못해 빈곤이 심화됨 △현실과의 괴리, 소외로 분노가 쌓이면서 범죄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폭행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던 박모 씨(70)는 “몸은 생생한데 사회에서 역할은 없고 자녀들에게 따돌림 당하다 보니 마음속에 괜한 분노가 생겼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소외감과 분노에서 표출되는 노인들의 행동이 사회적 범죄로 이어진다”며 “은퇴한 노인들로 구성된 ‘실버폴리스’ 제도를 운영해 노인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장소를 관리하는 등 사회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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