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레저 활동… 관절병원은 불경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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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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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규모 정형외과 전국 51곳 증가… 서울엔 대형화 바람
나이가 들면서 무릎관절 척추관절 어깨관절 질환이 늘어남에 따라 관절척추전문병원이 늘고 있다. 요즘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층 사이에서도 관절 질환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나이가 들면서 무릎관절 척추관절 어깨관절 질환이 늘어남에 따라 관절척추전문병원이 늘고 있다. 요즘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층 사이에서도 관절 질환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로 관절 전문병원들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이 분야 전문을 표방하는 병원들이 잇달아 서울에 지점을 내거나 병원을 확장한 것.

연세사랑병원은 4월 노원구 공릉동에 세 번째 지점을 열었다. 8월에는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강서제일병원이 웰튼병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확장 개원했다. 힘찬병원은 10월 송파구 송파동에 강남지점을 연 데 이어 11월에는 도봉구 창동에 강북지점을 또다시 열었다. 같은 달 나누리병원은 강서구 화곡동에 세 번째 지점인 강서나누리병원을 개원했다. 올해 이 병원들의 추가 개원만으로도 병상 수가 530개 늘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종합병원 규모에 못지않다. 이 밖에도 전국적으로 보면 100병상 이하 정형외과들이 51개나 추가로 의원 문을 열었다. 경기가 어렵고 환자가 줄어서 울상을 짓는 의사들이 많은데, 관절전문병원과 의원만 유독 많아지는 이유가 뭘까.

○ 고령화의 덫, 관절환자의 증가

무엇보다 관절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절염 환자는 전체 인구의 10∼15% 수준이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3년 1만8568건이었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2004년 2만1621건, 2005년 2만6268건, 2006년 3만493건으로 늘었다. 매년 5000∼1만 건이 늘어나는 셈이다.

매년 환자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평균수명 증가와 고령화에 있다. 쉽게 말해 노인 환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7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0.7%로, 10년 전의 6.9%에 비해 3.8%포인트나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무릎 관절로 입원한 65세 이상 환자는 지난해보다 26%나 늘었다.

노인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앞으로도 관절 분야의 의료시장은 ‘활황’이 계속될 것이란 뜻이 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늘어나는 수명만큼 삶의 질을 보장받으려는 노인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관절 분야는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 레저인구의 증가도 원인

이뿐 아니다. 최근 들어 젊은층에서도 관절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층이 많아지면서 외상에 따른 관절손상환자와 조기관절염 환자가 생기는 것. 힘찬병원이 최근 4년 동안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60세 미만의 인공관절 수술 환자 비율은 2003년 6%에서 2004년 6.6%, 2005년 12.4%, 2006년 13.2%로 해마다 높아졌다.

레저 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키, 스노보드 같은 종목에서 특히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주로 십자인대파열, 반월상연골판 손상 등 관절 손상이 많다. 30대 이하 젊은층은 이런 레포츠를 즐기다가 무릎을 가장 많이 다친다.

반면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관절 질환에 많이 걸린다. 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층 가운데에도 관절 질환자가 많다.

○ 의료시장 개방을 대비하기 위해?

관절척추전문병원이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의료시장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병원 논란이 가속화되자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병원의 덩치를 키우면서 첨단 장비 도입 경쟁도 불붙었다. 또 환자 위주의 시스템을 정착하려는 병원도 늘고 있다. 장일태 나누리병원 대표원장은 “무조건 규모가 크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처럼 한층 높아진 의료 품질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병원마다 친절 이상의 서비스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관절전문병원들은 대부분 경기 부천과 김포,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서부지역에 몰려 있었다. 서울 중심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넓은 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절 질환이 대표적인 노인질환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가 몰려 있는 서울 중심부보다는 수도권 외곽지역에 환자가 많다는 것도 이들 지역에 병원이 많은 이유다.

노인인구 늘어 수술건수 꾸준히 증가
30대 이하는 스키 등 사고로 환자 늘어
의료시장 개방대비 ‘덩치 불리기’ 한몫


그러나 최근에는 수도권 서부지역을 벗어나 동부지역으로 병원들이 진출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서부지역은 이미 많은 병원이 들어서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동부지역에 이 분야의 대형 전문병원이 많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동부지역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기존에 인천, 부평, 목동 등 수도권 서부지역에 병원을 둔 힘찬병원의 경우 새로 개원하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지점이 모두 송파구 송파동과 도봉구 창동으로 수도권 동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연세사랑병원 역시 최근 문을 연 세 번째 지점은 노원구 공릉동에 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병원장은 “지금까지는 무릎전문병원들 위주로 많이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어깨전문 족부전문 등의 부위별 관절질환을 다루는 병원들이 속속 생길 것”이라면서 “따라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러한 전문병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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