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한글 서예연구가 박혁남 수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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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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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아름다움을 입혀요”

서체 개발-퍼포먼스 통해 한글대중화 운동 앞장
시집 출간 기념 서예전 서울-인천서 잇달아 열어

한글 서예가 박혁남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빛갤러리에서 조형적인 글씨를 연구 보급하고 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2일부터 서울과 인천에서 ‘서예·전각이 있는 시풍경’이란 서예전을 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한글 서예가 박혁남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빛갤러리에서 조형적인 글씨를 연구 보급하고 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2일부터 서울과 인천에서 ‘서예·전각이 있는 시풍경’이란 서예전을 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글체는 사람, 사물 등 대상에 따라 감정을 모두 달리해 쓰인다고 봅니다. 예술과 결합한 조형적인 글씨를 창조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글 서예가 박혁남 씨(49·수원대 미술대학원 서예 겸임교수)는 디지털 시대를 고민하는 깨어 있는 ‘글씨 연구가’이다. 한지뿐만 아니라 책표지, 상품 로고, 현판, 부채 등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한글 전통체인 ‘궁체’에서 벗어나 글씨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가 하면 글씨 배경에 그림, 낙관 등 회화적 요소를 결합시키고 있다.

또 시를 쓰면서 언어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그는 최근 첫 시집 ‘당신의 바다’를 출간했다. 이를 기념한 ‘서예·전각이 있는 시풍경’이란 서예전이 2∼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 18∼24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종합문예회관 미추홀실에서 잇따라 열린다. 이 시집을 한 쪽씩 넘길 때마다 그의 서예, 전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 씨는 ‘한글 퍼포먼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어 2007년 문화예술부문의 한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인천 세계도시축전’이 한창이던 8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축전장에서 폭 1.5m, 길이 14m의 대형 한지에 ‘노래하는 돌, 아름다운 침묵’이란 글을 힘차게 써 내려갔다. 대형 붓으로 휘호하는 그의 연기는 화선지에서 기운찬 춤사위를 보여주는 듯해 관람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휘호 연기 직전엔 서양화가가 시낭송을 펼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박혁남 씨의 한글 전각 작품. 사진 제공 빛갤러리
박혁남 씨의 한글 전각 작품. 사진 제공 빛갤러리

그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한글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올 4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기슭에 개장한 ‘천상병공원’의 현판 글씨도 그가 썼다. ‘1930년 경남 창원 진동에서 출생해∼(중략) 아담한 정자를 짓고 천상병을 기리게 되었다’라는 한글 650자의 천상병 시인 일대기를 적은 글이다.

“10여 년 동안 한글의 조형성을 연구해 오고 있는데, 정보기술(IT)을 적용한 한글이 순수예술과 본격적인 소통을 하는 단계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성공해 한국에서도 유행처럼 번지는 ‘컬리그래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컬리그래피는 그리스어로 ‘아름답다’는 ‘컬리’와 ‘필적’이란 뜻의 ‘그래피’ 합성어. 그는 이 말처럼 아름다운 ‘한글 조형’ 기법을 연구 개발하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글빛한글서학회’를 이끌며 서예인을 양성하고 있고, 인천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 입구에서 전시공간 ‘빛 갤러리’(www.bitgallery.net)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전시회와 서예 강좌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인 박 씨는 한국미술협회 인천지회 서예분과 이사, 대한기독서예선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032-466-2220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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