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가중치 붙는 수학 다지고…자기소개서 똑 부러지게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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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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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합격한 네 학생 “이렇게 준비했죠”

《내년 3월 개교하는 서울지역 첫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가 입시합격자 204명(남 108명, 여 96 명)을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을 통해 전국 157개 중학교에서 합격생이 나왔고, 이 중 서울지역 학생만 지원한 일반전형에선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에서 고루 합격생이 배출됐다.

전형은 모두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에선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종합 심사했다. 1박 2일 동안 실시된 2단계 심층면접에선 구술면접과 인성면접, 체력검사가 이뤄졌다. 구술면접으론 한 과목을 선택해 질의응답을 하는 개별면접과 ‘내가 타미플루(신종플루 치료제)를 관리하는 책임자라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처방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집단토론이 진행됐다.

하나고 입시의 ‘좁은 문’을 뚫고 합격한 학생 4명에게서 하나고 합격의 비결을 살펴본다.》

| 일반전형(일반선발)으로 합격한 권규빈 양과 손승연 군

권규빈 양(서울 신월중 3)은 전 학년 500명 중 5등 이내의 성적을 줄곧 유지했고, 손승연 군(서울 화곡중 3)은 전 학년 270명 중 1등을 도맡았다. 두 학생은 어려서부터 수학에 흥미를 가졌고, 교내외 경시대회에 출전하며 실력을 쌓았다. 수학에 자신 있었던 데다 수학과목 가중치가 8배인 점은 하나고 지원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

권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세종과학고 영재교육원에 선발돼 1년간 영재수학과정을 이수했다. 수학의 기본개념을 탄탄히 다졌고, 친구들과의 토론을 통해 문제를 새로운 각도로 풀려고 노력했다. 올해 민족사관고 수학경시대회에서 3등급을 받았다. 손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강서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수학부문 대상자로 선발됐다. 한국수학경시대회(KMC)에서 2007년과 2008년 각각 동상, 은상을 차지했다.

10∼15분간 진행된 개별면접에서 수학을 택한 수험생들에겐 확률 관련 문제가 4개 나왔다. 학생들은 대부분 ‘실생활에서 확률이 이용되는 사례 3가지를 드시오’란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권 양은 ‘대통령을 뽑을 때’, ‘건축물 설계 시 특정 재질을 택할 때’, ‘경제성장률을 예측할 때’ 각각 확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권 양은 법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수학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가설과 증명, 확률을 배우면서 논리력과 추리력을 기를 수 있다고 본 것. 권 양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와 자신의 꿈을 자기소개서에 상세히 녹여냈다.

한편 손 군은 7명이 참여한 집단토론에서 “타미플루는 중학생에게 가장 먼저 처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의료진”이라고 답한 5명과 “영유아 부모”라고 답한 1명이 손 군의 주장을 반박했다. 토론시간 30분 중 절반가량이 손 군의 답변에 쓰였을 만큼 토론의 관심은 손 군에게 쏠렸다. 손 군은 △체험학습 수련회 등 중학생의 활동영역이 넓고 △체력에 비해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 면역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를 대며 반박했다.

손 군은 “평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4, 5개의 신문 사설을 비교하면서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근거를 들어 내 주장을 펼친 점이 최종 관문까지 통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 일반전형(우선선발)으로 합격한 김서영 양

이번 하나고 합격자들의 내신 평균이 상위 3∼4%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김서영 양(서울 서운중 3)의 내신은 상위 1.5%로 매우 뛰어났다. 중학 3년 동안 김 양은 대부분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 쉽게 끝내지 못했어요.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죠. 배운 내용을 이리저리 파헤치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김 양은 한 가지에 몰두하는 성격을 학습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했는지를 자기소개서에 부각시켰다.

자기소개서는 ‘공부습관’과 ‘긍정적 사고’에 맞춰 작성했다. 김 양은 학교수업시간에 친구들이 말도 못 붙일 정도로 선생님의 얘기에 집중했다. 그날 배운 내용은 반드시 그날 복습했다. 대신 예습은 목차와 주제를 미리 훑어보는 정도로 했다. 많은 내용을 미리 공부해두면 학습에 대한 흥미와 의욕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양은 동학농민운동, 갑오경장 등 19세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뽑아낸 뒤 가수 이승기의 노래 ‘여행을 떠나요’의 멜로디에 맞춰 개사해 부르는 등 공부를 ‘놀이’로 받아들이려했던 자신의 긍정적 태도를 강조했다.

|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송윤지 양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과 3학년 여름방학 때 작성한 학습일기를 제출했어요. 공부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운 뒤에 스스로 공부하며 반드시 실천했던 저의 강한 의지를 입증해 줄 만한 자료라고 생각했어요.”

송윤지 양(서울 삼각산중 3)은 자기소개서에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공부한 과정과 그 결과를 진솔하게 적었다. 자기소개서는 매일 한 문장씩 계속 고쳐 쓸 만큼 정성을 기울였다.

송 양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인터넷 공부카페에 공개된 공부비법을 살펴봤고 공부법을 담은 서적들을 탐독했다. 학습계획표를 세워 하루 10시간 공부했다. 수학문제 하나를 붙잡고 몇 시간 끙끙대며 푼 적도 많았다. 그 결과 2학년 초반까지 전교 15등이던 성적은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3등으로 올랐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서술하라’는 자기소개서 속 항목에 대해 송 양은 ‘마시멜로 이야기’를 언급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지금 현재를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느낀 경험을 적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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