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계양구 경명로 ‘징매이고개 생태통로’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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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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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안심 이동’… 시민 ‘유쾌 산책’

인천 계양구 계양산과 서구 철마산을 연결하는 징매이고개 생태통로. 인천시가 9월 준공한 이 생태통로는 시민들이 등산코스로 즐겨 찾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 계양구 계양산과 서구 철마산을 연결하는 징매이고개 생태통로. 인천시가 9월 준공한 이 생태통로는 시민들이 등산코스로 즐겨 찾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엄마, 생태통로가 무엇인가요?” “응, 도시 개발로 끊어진 동물의 이동로를 연결하기 위해 만든 인공 구조물이란다.” “우와, 그럼 요즘 계양산과 철마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안심하고 길을 건너다니겠네요.”

주부 고은영 씨(41)는 22일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함께 인천의 주산(主山)으로 통하는 계양산(해발 395m)에 올랐다.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한강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던 그는 맞은편 철마산(해발 226m)으로 이어지는 ‘징매이고개 생태통로’를 발견하고 등산로를 따라 생태통로에 내려왔다. 아들에게 계양산에서 서식하는 각종 생물과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 등을 설명한 그는 “산짐승들이 차도를 건너지 않고, 생태통로를 따라 두 산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등산객을 위한 산책로가 따로 설치돼 있어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도로로 단절된 계양산-철마산 14년만에 산짐승 통로 연결돼
산책로도 마련 트레킹 코스 인기 市, 원적산길 등 추가연결 계획


인천시가 9월 150억여 원을 들여 계양구 계산2동 산 52에 조성한 징매이고개 생태통로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이 고개를 중심으로 양쪽에 계양산과 철마산이 마주보고 있어 환경단체에서는 이 일대를 인천지역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불러 왔다. 그러나 1995년 두 산을 가로지르는 경명로(왕복 8차로)가 개설되면서 두 산을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들은 길을 잃게 됐다. 밤에 이 도로를 건너다 빠른 속도로 운행하는 자동차에 치여 숨지는 야생동물이 늘면서 생태계 단절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1999년 계양산 일대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조사한 결과 노린재, 딱정벌레 등 곤충 40여 종과 황조롱이, 오색딱따구리 등 조류 대여섯 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족제비와 두더지 등 포유류와 각종 파충류도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자 징매이고개 일대의 생태환경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시는 2007년 두 산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착공했다. 계양구 계산동∼서구 연희동을 잇는 경명로 위 12m 높이에 길이 80m, 폭 100m 규모의 아치형 터널 구조물을 만들기로 한 것. 터널 위 생태통로 바닥에는 2∼5m 두께로 흙을 깔고, 2만여 그루의 나무와 풀을 심었다. 흙으로 담을 쌓아 밤에 경명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램프가 야생동물들의 숙면이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차단했다. 또 생태통로는 등산객이 이용하는 산책로와 구분해 펜스를 설치했다. 동물들이 마실 수 있는 물을 모아 놓은 작은 연못과 먹이 공급대, 몸을 숨길 수 있는 돌무더기 등을 곳곳에 만드는 등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밖에 어떤 동물들이 생태통로를 오가는지 관찰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한편 시는 이 생태통로를 인천의 남북을 S자로 연결하는 녹지축 복원사업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부평구 산곡동과 서구 가좌동을 잇는 원적산길에 생태통로를 개설하는 등 모두 52km에 이르는 녹지축을 연결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로 개설에 따라 14년간 두 산에서 흩어져 살아야 했던 야생동물들을 생태통로가 다시 한가족으로 묶어준 셈”이라며 “도로 개설과 택지개발 사업으로 끊어진 녹지축을 이으면 생태계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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