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헬기 영암호 추락 3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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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 담수훈련 비행중


산불진화 비행 훈련을 하던 산림청 헬기가 호수에 추락해 조종사 등 3명이 숨졌다. 23일 오후 1시 50분경 전남 영암군 삼호읍 망산리 둑에서 1.5km 떨어진 영암호 가장자리에 산림청 영암산림항공관리소 소속 러시아제 ‘카모프(KA-32T)’ 헬기가 추락해 있는 것을 산림청 소속 다른 헬기가 발견했다. 사고 헬기는 수심 4m 깊이 호수에 뒤집힌 채 처박혀 바퀴와 꼬리만 수면 위에 드러냈다. 현장에 도착한 119헬기에서 구조대원 2명이 밧줄을 타고 내려가 동체 수색작업을 벌였다. 구조대원들은 호수에 잠긴 기체를 발견한 지 1시간 만에 사고헬기 문을 열었다. 헬기 안에는 박용규 정조종사(52)와 이중배 부조종사(46), 이용상 부조종사(44) 등 3명이 숨져 있었다.

산림청은 희생자 3명의 시신을 광주 동구 학동 금호장례식장으로 옮겨 빈소를 차린 뒤 유족들과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영암산림항공관리소 관계자는 “숨진 조종사 3명은 이날 처음으로 산불진화 능력 향상과 정조종사 자격 취득을 위해 비행훈련을 시작했는데 첫날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3명은 신종 플루 때문에 헌혈이 줄자 1주일 전에 나란히 헌혈을 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조종사들”이라고 말했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10시 19분경 영암산림항공관리소를 이륙해 비행하다 관리소 통신실과 통신이 두절됐다. 이후 관리소는 낮 12시 반경 전남소방본부에 실종신고를 한 뒤 관리소 소속 헬기 1대를 수색 작업에 투입했다. 수색 헬기는 영암호 일대를 살펴보다 수색 1시간 만에 사고 헬기를 발견했다.

국토해양부 항공조사단과 경찰은 사고 헬기가 산불진화 때 사용되는 물을 퍼 올리는 ‘담수교육’을 하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날씨가 좋았던 점 등을 감안해 작동실수나 기체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항공조사단은 24일부터 헬기 인양작업을 시작해 헬기에 실린 블랙박스 수거와 분석이 이뤄져야 정확한 추락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불진화가 주 임무인 사고 헬기는 러시아제 ‘카모프(KA-32T)’ 기종으로 1994년에 들여왔다. 탑승인원은 18명, 최대 이륙 중량은 1만1000kg, 기본 중량은 6640kg이다.

영암=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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