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환경개선 공사, 분진 제거시설 없이 새벽까지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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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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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시민 석면에 무방비 노출 우려

경찰, 메트로직원 수억 금품수수 의혹 수사
메트로 “안전하게 시행… 흡입 가능성 없어”

1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역사 내 환경개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석면제거 공사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돈을 받고 하청업체들의 부실공사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일어 지하철 구내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재명 기자
1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역사 내 환경개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석면제거 공사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돈을 받고 하청업체들의 부실공사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일어 지하철 구내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지하철 석면제거 공사를 맡은 하청업자들에게 돈을 받고 부실공사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1일 “공사를 감독하는 서울메트로 본사와 노조 담당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7년경부터 석면제거 공사를 맡은 4, 5개 하청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석면제거 공사에만 역사당 10억여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며 이들은 이를 감시 및 감독하는 업무를 맡았다.

석면제거는 심야에 이뤄져 새벽에 끝나지만 흡입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으면 아침 출근길 승객들에게 석면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석면해체·제거작업장 인접 장소에 위생설비를 설치하고 △석면이 흩날리지 않도록 습기를 유지하며 △잔재물을 고성능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사용해 청소하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 석면작업을 지침대로 하면 공사기간이 길어져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체에서 이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선 돈을 줘야 했고 직원들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직원의 계좌에 드나든 자금의 성격을 확인하는 한편 조만간 직원 2명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석면제거 공사는 지하철이 달리지 않는 심야에 이뤄져야 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승객들이 그동안 석면을 흡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담당 직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황을 일부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석면제거 공사는 오전 1시부터 4시까지만 이뤄졌고 검증된 방법으로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다”며 “시민이 석면을 흡입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석면은 발암물질로 알려지면서 1992년부터 건축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법 제정 이전에 건설된 지하철역 내부에는 석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서울메트로 측은 2008년부터 ‘역사 내 환경개선 공사’의 일환으로 석면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2호선 방배역은 지난해 12월 공사가 완료됐으며 올해에는 서초역 봉천역 등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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