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신고도 애프터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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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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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 사후에 신속출동 - 수사태도 등 만족도 조사
가전사 조사 방식에 착안
자원봉사자들 일일이 전화
시행 7개월만에 만족도 쑥쑥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자원봉사자 조연주 씨(왼쪽)가 9일 강남경찰서 사무실에서 일선 경찰과 함께 112 신고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사건 처리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남경찰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자원봉사자 조연주 씨(왼쪽)가 9일 강남경찰서 사무실에서 일선 경찰과 함께 112 신고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사건 처리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남경찰서
주부 조연주 씨(40·여·서울 강남구 청담동)와 최효녀 씨(41·여·강남구 삼성동)는 9일 오전 서둘러 서울 강남경찰서를 방문했다. 이들은 도착하기가 무섭게 사무실을 찾아 112 신고자 명단을 보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10일 집에 도둑이 들어 112 신고 하신 적 있으시죠? 경찰의 태도와 언행이 친절했나요? 사건 처리에 적극적이었나요? 전문성과 공정성은요? 만족, 보통, 불만족 점수를 주세요.”

‘경찰서’란 말에 긴장했던 한 시민은 이들의 낭랑한 목소리에 다소 편안해진 듯 “경찰이 사후 수사진행 상황을 알려줘 만족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시민은 크게 화를 내며 “집에 들어온 도둑을 붙잡고 신고를 했는데 늦장 출동한 데다 사이렌을 크게 틀고 달려와 도둑이 도망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은 “범인 취조하듯 수사를 해 기분이 안 좋았다”고 밝혔다.

○ 자원봉사자 30명이 조사맡아

조 씨 등은 이날 10월에 접수된 112 신고 168건 중 20건에 대해 만족도를 조사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도, 절도 등으로 112 신고를 한 지역주민에게 사후 전화를 걸어 △신속 출동 여부 △수사 태도 △전문성 △공정성 △친절도 등을 조사해 ‘112 신고 처리 주민 만족도’를 점수화하는 제도를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전자제품 고장 시 애프터서비스(AS) 기술자가 방문하면 나중에 본사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 강남경찰서는 지역주민 중 자원봉사자 30명을 뽑아 조사를 맡기고 있다.

경찰이 ‘112 신고 AS’를 도입한 것은 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동아일보가 3∼9월 강남서 112 신고 처리 만족도 점수 ‘60점 미만’ 35건을 분석한 결과 시민들은 ‘늑장 출동’과 ‘성의 없는 수사태도’에 가장 불만이 많았다. 6월 10일 역삼동에서 자전거를 도둑맞은 A 씨는 “사후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하자 경찰이 술을 마시고 있으니 문자로 보내라는 등 불친절했다”고 밝혔다. 3월 18일 역삼동에서 1000만 원을 도난당한 시민 B 씨는 “경찰이 ‘퇴근시간’이라며 늦게 출동했다”고 말했다.

○ 시행 후 처리 만족도 높아져

112 신고 처리만족도 조사는 시행 초기 내부 반발이 커 성공이 미지수였다. 지구대 경찰들이 “업무도 과중한데 뒷조사까지 받아야 하나”라며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또 지역주민들도 “만족도 조사할 시간에 수사나 제대로 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행 7개월이 지나자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졌고 만족도 점수도 63.2점(3월)에서 90.3점(9월)으로 크게 상승했다. 만족도 60점 미만은 7건(3월)에서 2건(9월)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만족도 100점은 3건에서 26건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시스템을 시행한 강북경찰서도 평균 73.8점(2월)에서 78점(8월)으로 만족도가 올랐다.

만족도 100점을 보인 91건을 분석한 결과 시민들은 경찰이 접수된 사건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대해줄 때 가장 크게 만족했다. 6월 23일 논현동 자택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도난당한 한 시민은 “집 인근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연락해와 마음이 크게 놓였다”고 밝혔다.

강남경찰서는 112 신고 출동 10여일 후에 수사진행 상황을 전화 혹은 직접 방문을 통해 설명해 주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윤후의 강남서 생활안전과장은 “강·절도 신고자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신고자 등 전 영역으로 만족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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