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수험생 부모 ‘말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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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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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TV 켠 자녀에게 “지금 때가 어느 땐데” X “머리 식히고 더 열심히” O

《“말 걸기도 겁나요. 수능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수능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도 수능 때문에 괴롭긴 마찬가지다. 예민해진 자녀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버럭 화를 내기 일쑤. 자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 뒤 며칠 동안 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이것저것 준비해 줄라치면 “알아서 하겠다”며 매몰차게 말을 잘라 무안을 당하기도 한다.》

“너희 사촌 형은 매일 3시간만 자고 의대 합격했대”
→ “우리 아들도 실력 충분하지! 수면시간만 잘 조절하면…”

아무리 대한민국에선 고3이 ‘왕’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싶다. 엄마들은 궁금하다.

“걱정이 돼서 그러는 것뿐인데, 찬바람이 쌩쌩 부는 이유가 뭐지?”

큰 시험을 앞둔 자녀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이맘때 자녀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자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다음 사례들을 살펴보자.

자녀의 항변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저녁,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너희 친척 형은 매일 3시간 자고 의대 갔다. 너도 잠 좀 줄여야 되는 거 아니니?”

‘열폭’(열등감 폭발의 줄임말)으로 밥 먹다 말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어요. 엄마! 이런 말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남과 비교하는 말은 자녀의 열등감을 유발한다. 또 불필요하게 시험에 대한 부담감만 키운다. 자녀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싶다면 ‘어떻게 했더니 어떤 결과가 있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자녀의 자신감을 북돋을 수 있도록 자녀만의 장점을 부각하는 말을 덧붙이는 센스도 발휘하자.

식사시간엔 공부나 시험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자녀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시험 후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자녀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유도하자.

이렇게 해보세요!

“친척 형도 과학을 잘해서 의대 갔는데. 우리 아들도 과탐은 꽉 잡고 있지! 수면시간만 잘 조절하면 좋은 성과가 있겠다. 파이팅!”
자녀의 항변

어머니가 갑자기 제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수능 만점 ○○의 공부법’이란 기사를 내미셨습니다.

“너도 이렇게 해라. 1등급 받는 비법이란다.”

그 학생과 저는 엄연히 다른데, 엄만 왜 이해를 못하실까요?

수능일이 다가오면 지난해 수능 고득점자 또는 학습 전문가가 들려주는 ‘고득점 전략’ ‘만점 비법’ 기사가 언론에서 쏟아진다. 하지만 학생마다 학습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성공 노하우는 참고할 순 있을지언정 그대로 따라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시험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발견했을 땐 자녀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참고해 보라”는 식으로 전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보세요!

책상이나 침대 위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신문기사를 올려놓고 쪽지를 남긴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올려놓는다. 머리가 복잡할 때 한 번 읽어보렴.”
자녀의 항변

방과 후 집에서 쉬지 않고 공부하다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거실로 나왔습니다. 머리를 식힐 겸 TV를 켜고 야구중계를 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소리치셨죠.

“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제 정신이니? 당장 안 꺼?”

그러지 않아도 ‘딱 30분만 보고 들어가야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어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휴식은 학습의 연장이다. 특히 수험생에게 휴식은 스트레스를 풀고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단 10분을 쉬더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보세요!

공부하다 잠깐 나온 자녀가 TV 전원을 켰다면? “신나게 보고 더 열심히 공부하자!”라고 말한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드라마보단 스포츠경기나 오락프로그램처럼 연속성 없는 내용을 보도록 유도한다.
자녀의 항변

일주일 전부터 친척 어른들의 격려전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야, 삼촌이 전화하셨다. 한 번에 척 붙으라고 하시더라. 외숙모가 보내 온 선물이다. 찹쌀떡 먹고 철썩 붙으라고 하시면서.”

어머니께선 격려 차원에서 이런 메시지와 선물을 제게 전달해 주시겠지만 오히려 부담만 더 커집니다.

격려와 응원이 있을 때 학습효과가 높게 나타나는 학생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거나 신경이 예민한 자녀라면 이런 격려를 ‘잘해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주위 사람의 메시지를 일일이 자녀에게 알려주기 보단 책상 한구석에 선물을 올려두는 식으로 무언의 응원을 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해보세요!

“누가 너 시험 잘 보라고 보내왔다”는 설명 없이 선물을 전달한다. 자녀가 평소 잘 따르거나 친한 친인척의 전화가 오면 자녀의 의견을 먼저 묻고 바꿔준다.

<도움말: 한국가이던스 심리학습센터 ‘마음과배움’ 박동혁 소장, 진로지도업체 와이즈멘토 허진오 팀장>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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