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기업 인증’ 심사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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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육아휴가 잘가나… 수유실 있나…
‘엄마직원’ 우대 여부 꼼꼼히 물어

올해 가족친화기업 인증에 도전한 ㈜바텍의 기혼 여성 직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심사단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용인=임우선  기자
올해 가족친화기업 인증에 도전한 ㈜바텍의 기혼 여성 직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심사단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용인=임우선 기자
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의료장비 개발제조업체인 ㈜바텍 정문 앞.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의 장국찬 능력개발실장, 경희대 가족상담교육센터의 한지숙 선임연구원, 한국폴리텍대 산업설비자동화과 원영휘 교수 등 ‘가족친화기업 인증’ 심사위원 3명이 이 회사를 찾았다.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 명민희 경영전략실 사원은 “중소기업이어서 부족한 점은 많지만 회사 분위기가 가족적이고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가족친화기업 인증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 애를 낳아도 ‘괜찮은’ 기업 늘리기

보건복지가족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도입했다. 인사 임금제도 등에서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을 골라 세제 등에서 여러 혜택을 주고, 이를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20년 뒤면 청년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 인증제는 ‘기업이 함께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원 교수는 “가족친화적 기업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 및 육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회사의 ‘문화’”라고 말했다.

○ 당신 회사의 엄마들은 행복합니까

이 회사 최명규 부사장이 심사단의 장 실장과 마주했다. 장 실장은 1시간에 걸쳐 오너의 경영철학, 인사, 임금제도부터 자율출퇴근 여부, 여직원 비중, 육아휴직 후 복귀율, 수유실 유무 등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질문을 했다. “중소기업이어서 우수 연구 인재 확보가 어려워 고민”이라는 최 부사장의 답변에 그는 “선진국에서는 우수인재 유지에 가족친화 경영이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직원 자녀 교육비 지원, 탄력근무제 운영 등을 ‘제도화’해 운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 부사장은 “심사과정 자체가 기업에는 가족친화 경영을 위한 컨설팅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혼 직원에 대한 인터뷰도 이뤄졌다. 인터뷰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 직원을 대상으로도 진행된다. 사전 제출된 서류에 적힌 가족친화 제도들이 실제로도 잘 운영되고 있는지, 휴가 사용은 자유로운지, 승진 차별은 없는지,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인터뷰에 참가한 DR사업본부 마케팅팀 한희선 과장은 “16년 전 다른 직장에 다닐 때만 해도 ‘애 낳은 여자가 양심도 없이 회사를 다닌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첫째의 악몽’ 때문에 둘째는 엄두도 못 내는 여성 직장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분위기가 남아 있는 한 양육비 지원은 (출산율 증가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통해 아이 낳은 직원을 환영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 가족친화기업 혜택 풍성

올해 가족친화기업 인증에 도전한 기업은 총 26곳. 이들은 바텍처럼 서류심사 및 현장평가를 거친 후 점수에 따라 S, AA, A등급 혹은 등급보류 판정을 받게 된다. 그 결과는 11월 17일 발표된다. 장 실장은 “인증에 성공한 기업들은 입찰, 수출 지원 등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가족친화기업 인증마크도 부여해 일반인들에게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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