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안전줄도 덮개도 없이 씽씽… 커브길 돌자 산더미짐 휘청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도로위 무법자 단속 현장

폐휴지 등 가벼운 물건도 도로에 떨어지면 큰 사고
올 6월까지 273건 적발


“이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덮개 덮을 시간이 있겠습니까.”

갓길에 차를 댄 김모 씨(52)가 운전석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 서울도시고속도로 순찰대 오상운 경사는 “덮개 씌울 시간이 없으면 줄이라도 단단히 매야 합니다. 지금 상태는 다른 차량에 너무 위험해요”라며 범칙금 4만 원을 부과했다. “조심히 운전하면 괜찮은데 봐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던 김 씨는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도로 위의 무법자, 덮개 없는 트럭

27일 오전 11시경 김 씨는 1.5t 트럭에 막걸리 상자 100여 개를 약 1m 높이로 싣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 동부간선도로 녹천교 부근으로 진입했다. 안전조치 없이 그대로 실린 막걸리 상자는 한눈에 봐도 위험했다. 안전 줄을 매지 않고, 덮개도 씌우지 않았다. 차가 많아 시속 30km를 넘지 않았지만 커브 길을 돌자 상자들이 휘청거렸다. 고속으로 달렸다면 상자가 도로에 나뒹굴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 결국 서울시설공단과 경찰의 합동 단속에 적발됐다. 오 경사는 “덮개가 없어도 줄로 단단히 동여매면 범칙금을 물리지 않고 계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순간 생활폐기물을 가득 실은 1t 트럭 한 대가 지나갔다. 오 경사가 급히 달려가 호루라기를 불며 차를 세웠다. 화물칸에는 박스, 폐휴지, 고철 등이 트럭 키를 훌쩍 넘은 높이로 쌓여 있었다. 두꺼운 줄로 단단히 동여매긴 했지만 듬성듬성 난 틈까지 메울 수는 없었다. 오 경사는 운전자 연모 씨(50)에게 “일단 줄을 맸으니 보내드리는데 앞으로는 덮개까지 꼭 씌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안양수 서울시설공단 도로환경관리팀 과장은 “폐휴지, 나사, 볼트 등은 부피가 작고 가벼워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도로에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합동단속반은 35명을 적발해 2명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고 나머지 33명은 계도 조치했다. 이들은 나중에 또 적발되면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합동단속반이 주목하는 차량은 적재물을 가득 싣고도 덮개를 덮지 않은 트럭이다. 도로에 떨어지면 사고가 나거나 극심한 정체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 지난달 15일 서초구 잠원동 고가도로에서는 곡선 구간을 달리던 15t 트럭에 한가득 실려 있던 쌀 포대가 떨어졌다. 공단 직원들과 경찰이 출동해 2시간 반 동안 쌀을 치웠지만 강남 일대는 극심한 교통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오 경사는 “내부순환로 정릉터널에서는 밀가루 포대가 떨어진 적도 있다”며 혀를 찼다.

○ “적재물 떨어지면 반드시 신고를”

공단은 도로교통법 위반 단속 권한이 없어 경찰과 합동으로 단속을 벌인다. 합동단속이 없을 때는 올림픽대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 배치된 직원들이 사진을 찍어 경찰에 고발하고 있다. 사진을 놓치거나 폐쇄회로(CC)TV 영상이 없으면 적발이 쉽지 않다. 신고를 하지 않고 도망가는 운전자도 많다. 도망갔다가 적발되면 청소비용과 과태료 300만 원이 함께 부과된다.

합동단속을 벌인 결과 단속 건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07년이 8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는 766건, 올해 6월까지는 273건이 적발됐다. 그러나 도로에 떨어진 화물이나 쓰레기를 치우는 건수는 2007년 1894건, 2008년 2127건, 올해 6월 현재 931건으로 여전히 높다. 신고를 하지 않고 도망가는 차량이 많다는 얘기다. 안 과장은 “혹시 적재물이 떨어졌어도 신고만 해주면 사고나 교통 정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