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지역균형선발 기준은 수능 아닌 내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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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최저학력 기준으로만 활용
성적상위 일반계, 외고보다 유리

최초 합격자 기준으로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는 모두 953개교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3개 영역(언어 수리 외국어)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최상위권 수험생을 배출한 학교는 762곳이었다. 최상위권 수험생이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이 있는 학교도 180곳이나 됐다. 최상위권 수험생을 배출하고도 서울대 합격자가 없는 학교는 이보다 많은 210개교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서울대가 2005년부터 도입한 지역균형 선발 전형에서 찾는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예전에는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한 고교를 배려했지만 이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지역균형 선발은 수능보다 내신 성적 위주로 뽑는다. 지역균형 선발에서 수능 점수는 최저 학력 기준으로만 활용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역균형 선발로 전체 정원의 25% 수준인 751명을 뽑는다. 서울대는 지난해까지 1단계 전형 때만 수능 성적을 보고 2단계에서는 수능 성적을 보지 않았다. 따라서 1단계 전형을 통과하면 성적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 서울대는 2단계 전형에서 내신을 50% 반영한다.

이 때문에 수능 성적은 좋지만 내신 성적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국어고 학생들은 서울대 입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수능을 본 전국 30개 외고 학생 1만426명 중 언어 수리 외국어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128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은 277명(24.6%)뿐이었다. 외고 출신 최상위권 수험생 4명 중 1명만 서울대 입학에 성공하는 셈이다.

반면 입시업체인 ㈜하늘교육이 분석한 ‘고교별 주요 대학 진학자 수’에서 지난해 대입 실적을 공개한 서울지역 고등학교 155개교에서는 722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전체 최상위권 수험생(1742명) 5명 중 2명(41.4%)은 서울대 신입생으로 뽑혔다는 뜻이다. 성적이 최상위권이면 일반계고가 외고보다 서울대 진학에 유리하다.

외고생들은 고려대와 연세대 입시에서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재수생을 포함해 447명이 수능에 응시한 대원외고는 61.7%(276명)를 이 두 학교에 합격시켰다.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용인외고)도 응시생 323명 중 45.2%(146명)가 고려대나 연세대에 합격했다.

지난해 전국 30개 외고에서 고려대나 연세대에 합격한 학생은 모두 3293명이었다. 이는 전체 외고 출신 최상위권 학생보다 많은 수치다. 언어 수리 외국어 중 한 영역 이상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5640명을 기준으로 하면 37.1%가 고려대나 연세대로 갔다.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고려대나 연세대는 정원 5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수능 우선 선발제도’로 선발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올해는 두 대학이 정원 7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기 때문에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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