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무서워”… 단협 손못대는 행정기관들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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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시정명령에도 25곳 중 23곳 ‘공무원노조 눈치보기’
공무원법 위배조항 폐기 지시
2곳만 시정명령 이행
노동부 “설득외엔 방법 없어”

서울의 한 자치구는 공무원노조와의 단체협약에 ‘구는 노조의 임원이나 간부가 노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조합원이 중앙노조의 임원이 될 때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공무원노조 전임자에게 휴직명령을 하도록 하고 보수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법에 위반된다”며 7월 16일 시정명령을 내렸다.

같은 달 24일 전남의 한 군도 ‘조합의 임원이나 운영위원이 노조 활동이 곤란해 부서 이동을 요구하면 적극 검토해 반영한다’는 공무원노조와의 단체협약 조항에 대해 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노동부는 올해 7∼9월 시군구 및 교육청 등 전국 25개 행정기관에 ‘공무원 단체협약이 공무원노조법이나 지방공무원법 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각 지방 노동위원회는 추가로 행정기관 8곳에 대한 단체협약 시정을 추가로 의결했고 노동부는 곧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시정명령은 사실상 해당 조항을 폐기하라는 지시로 시정명령을 받은 후 2개월이 지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사에 착수하거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시정명령을 받은 행정기관 대부분이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무시하고 있고 노동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30일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공무원 단체협약 위반 의결·시정명령 현황’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7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행정기관은 모두 18곳으로 이 중 17곳이 9월 30일까지 해당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다. 시정조치 기간인 2개월이 지났지만 단체협약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기간 내에 관련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기관은 서울 성동구뿐이었다. 8, 9월에 시정명령이 내려진 7곳 중에는 경남 고성군만이 해당 조항 26개를 모두 삭제했다.

시정명령을 받은 행정기관 대부분은 지적된 단체협약 조항을 쉽게 고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협약은 노사 합의로 고쳐야 하는데 해당 행정기관은 단체협약을 고치려 하지만 공무원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반 사항 중에는 인사나 보수, 복지 등에서 공무원노조가 행정기관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조례를 제정 개정할 때 노조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한 조항, 예산을 짤 때 노조와의 합의를 의무화한 조항 등도 있어 공무원노조가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무원노조는 자신들이 쟁취했다고 여기는 조항을 수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벌금 등의 처벌을 하려 해도 꿈쩍하지 않아 노조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노동부는 빨리 적절한 조치를 내려 공무원노조의 단체협약 수정을 유도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의 장들도 다음 노사협약 때에는 이런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도록 법에 따라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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