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점검/되풀이되는 수도권매립지 불법 폐기물 비리

  • 입력 2009년 9월 17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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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감시원 채용방식 전면 재검토해야”

폐기물처리업체와의 돈거래 막을 방법 없어
‘지역연고제 폐지-용역업체 위탁’ 주장 고개

경찰이 매립이 금지된 폐기물 반입을 눈감아 준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주민감시원들을 10일 무더기로 적발하자 이들에 대한 부실한 관리체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01년과 2005년에도 검찰의 수사로 비위사실이 드러나 주민감시원을 모두 교체했지만 비리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 돈만 주면 불법 폐기물은 모두 ‘OK’

경찰은 불법 폐기물을 묻게 해주고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주민감시원 강모 씨(46) 등 10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폐 목재나 재활용 쓰레기와 같은 매립이 금지된 폐기물 반입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2007년 10월부터 최근까지 폐기물업체 41곳에서 매월 100만∼300만 원씩을 받아 챙겼다. 이들이 받아 나눠 가진 돈은 무려 6억 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객관적인 측정기준이 없이 눈으로 불법매립을 감시하고, 적발된 업체는 벌점이 누적될 경우 폐기물 반입이 금지당하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 구멍 뚫린 관리체계

1992년부터 인천과 서울, 경기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묻고 있는 매립지 주민감시원은 관리공사가 임명하는 임기 2년의 계약직이다. ‘폐기물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가 매립지 주변 영향지역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주민을 후보로 추천하면 15명을 뽑아 각각 매년 수당 2500여만 원을 준다. 이 때문에 경찰에 적발된 주민감시원 가운데 일부는 감시원이 되려고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매립지 영향지역으로 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감시원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관리공사는 사실상 영향 지역별로 배분해 감시원을 선발해왔다.

관리공사는 형식상 감독관 10명을 둬 주민감시원을 관리하고 있지만 폐기물 처리업체와의 돈거래를 막는 데 속수무책이었다. 주민감시원들이 묵인하면 매립이 금지된 폐기물을 싸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당 15만 원을 줘야 적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가연성 폐기물은 2만7000원에 매립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매번 비리가 적발되면 관리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는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 대책은 없나

경찰은 주민감시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비리가 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관리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도 추가로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립지 영향지역별로 ‘나눠 먹기’식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주민감시원 선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주민감시원을 공개 채용하거나 아예 감시원 제도를 없애고, 용역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환경전문가도 아닌 주민들이 눈으로 보고 폐기물 반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수년째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정밀검사 장비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지역연고제 폐지와 복무규정 개정 등을 포함해 주민감시원 제도 개선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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