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남산 위에 저 ‘땅콩버스’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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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내년 4월 도입하는 전기버스의 모델이 15일 서울 남산 순환로에서 공개됐다. 최고 시속 100km를 낼 수 있으며 한번 충전으로 110km까지 달릴 수 있다. 변영욱 기자
서울시가 내년 4월 도입하는 전기버스의 모델이 15일 서울 남산 순환로에서 공개됐다. 최고 시속 100km를 낼 수 있으며 한번 충전으로 110km까지 달릴 수 있다. 변영욱 기자
순환노선 내년 4월부터 출력 높은 전기버스로 교체

땅콩모양으로 디자인
여의도-강남순환선도 바꿔
서울 시내버스-택시의 절반
2020년까지 전기차로 교체

서울시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시내버스 7750대 가운데 70%인 5420대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교체했다. CNG 버스는 기체 상태인 천연가스를 압축해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연이나 미세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일산화탄소도 기존 경유 버스의 41%밖에 나오지 않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스가 바뀌자 공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의 공기는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m³당 5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밖에 되지 않았다. 1995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던 것. 앞으로 서울의 공기는 이보다 더 깨끗해지게 됐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전기 버스’가 내년 4월부터 운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 힘세고 오래가는 친환경 ‘전기버스’

서울시는 내년 4월부터 2번, 3번, 5번 등 남산 순환 노선에서 운행 중인 CNG 버스 15대를 전기 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내년 말까지 여의도 일대를 순환하는 61번, 62번 버스 8대와 강남 일대를 순환하는 41번 버스 11대도 전기 버스로 모두 바뀐다.

땅콩 모양의 디자인을 갖춘 전기 버스의 엔진은 최고 출력이 322마력이다. 출력이 약 290마력인 기존 시내버스보다 힘이 더 세다. 한 번 충전으로 110km까지 달릴 수 있고, 내리막을 주행할 때는 바퀴가 굴러가면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 용량의 70%까지 재충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는 언덕과 굴곡이 심한 남산 순환 노선에서 문제없이 운행되면 다른 노선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급속 전기 충전소는 서울타워 정류소와 강남, 여의도 순환 노선 종점에 설치되며 10∼20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현대중공업은 전기모터와 급속 충전 시설을 개발했고, 차체는 ㈜한국화이바에서 제작했다. 차체는 철보다 가볍지만 1.5배 정도 단단한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해 버스 무게를 기존 시내버스의 80% 수준인 약 10.5t까지 낮췄다. 정원은 50명으로 크기는 기존 시내버스와 비슷하다.

○ “매년 온실가스 14만 t 감축 가능”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한국화이바는 이달 8일 협약을 체결하고 전기 버스 개발과 보급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했다. 제작업체들이 기술은 이미 개발했지만 수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생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들 업체에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하고, 앞으로 2011년까지 모두 80여 대의 전기 버스를 사주기로 약속했다. 올해 말에 생산될 첫 2대는 한 대당 6억5000만 원, 내년에 보급할 38대는 4억5000만 원, 2011년에는 4억2500만 원에 40대를 사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김황래 서울시 그린카보급팀장은 “보급을 늘리면 업체들도 수익이 늘어 적극적으로 생산에 나설 수 있고, 대량생산으로 도입 단가도 낮출 수 있어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와 택시의 절반을 전기자동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급하기로 했다. 김 팀장은 “전기 버스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함해도 대당 연간 40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2020년까지 예정대로 계획이 잘 진행되면 매년 온실가스 14만 t과 질소산화물 812t을 줄일 수 있어 공기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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