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병원 대신 보건소 활용?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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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병원내 감염 막아야”
당국 “현실적으로 어려워”

치료거점병원에서 병원 내 감염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발생하면서 현행 방식대로 거점병원을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거점병원을 확대하기보다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치료집중센터’를 긴급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격리 공간이나 인력이 미흡한 일반 의료기관에서 일반 환자와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뒤섞이면 오히려 감염 확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전국의 신종 플루 거점병원은 464곳, 거점약국은 785곳이다. 경 회장은 보건소를 지역치료집중센터로 지정해 1차적으로 신종 플루 의심환자를 진료할 것을 제안했다.

거점병원 의사들은 별도의 지역치료집중센터 운영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한 병원의 경우 의료진보다 외래환자와 같이 다니는 보호자나 다른 질환으로 내원한 환자에게서 옮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환자가 많은 대형병원이 거점병원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지방 대학병원 J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가 북적이는 병원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해 일반 환자와의 접촉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내과, 응급의학과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매달려 진료를 해도 손이 모자란 상황인데 병원에만 책임을 지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다수 거점병원은 신종 플루 의심 환자가 방문하면 마스크를 지급해 다른 통로로 출입하도록 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수준에서 대응해 왔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감기 환자가 대부분인데 이들이 모두 보건소로 가 버리면 환자가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보건당국은 지역치료집중센터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상당수 보건소의 의료진이 2, 3명에 불과하고 진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며 지방에서는 보건소의 접근성이 떨어져 환자 방문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거점병원의 의료진을 보건소에 파견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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