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 DNA, 미래를 연다]<9>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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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다문화 전파하는 방송-방송인

히잡 쓰고 아오자이 입고… 8인의 DJ들

디지털스카이넷 라디오 진행… 모국어로 고국노래-한국정보 전해
이집트 출신 자흐란 씨 “한국 첫 아랍어 방송 즐거워요”

이름은 ‘마르와 모하메드 모하메드 모하메드 자흐란(22)’이라고 했다. 간단히 ‘마르와 자흐란’으로 불러도 좋다고 했다. 중간에 ‘왜 모하메드가 3번 들어가냐’고 물었더니 “아버지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를 뜻한다며 웃었다.

1일 서울 염리동 디지털 라디오방송국 디지털스카이넷에서 만난 자흐란 씨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모국어 방송’의 아랍어 방송 진행자다.

웅진재단과 디지털스카이넷은 지난해 8월 15일부터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영어 병용) 태국어 등의 라디오방송(스카이라이프 오디오 음악방송 채널 855, 씨엔엠 케이블방송 채널 811)을 시작했다. 1일부터는 아랍어 러시아어 몽골어 일본어 방송(스카이라이프 채널 856, 씨엔엠 채널 812)을 추가했다. 방송은 웅진재단(www.wjfoundaton.or.kr)과 디지털 라디오 키스(www.radiokiss.co.kr)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주로 모국의 노래를 전하는 음악방송이지만 한국어 교육 등 각종 정보도 제공한다.

이미 2회분(각 1시간 30분) 녹음을 마쳤다는 자흐란 씨는 “한국 최초의 아랍어 방송을 해 즐겁다”고 말했다.

히잡을 쓴 자흐란 씨는 한국어가 유창했다. “한국과 이집트의 육교(가교)가 되고 싶다”는 등 가끔 어색한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대화를 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는 카이로의 아인샴스대 한국어과(2005년 개설) 첫 졸업생으로 지난달 1일 한국에 왔다. 정원 30명의 이 대학 한국어과는 일본어과와 함께 입시 커트라인 상위권에 속하는 인기학과라고 했다.

그는 “고교 3학년 때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 한국어과에 지원했다”면서 “제일 좋아하는 한국 소설은 황순원의 ‘소나기’”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원룸에서 생활한다는 자흐란 씨의 가방에는 나침반과 ‘시가데트 살라’(기도를 위한 양탄자)가 있었다. 나침반은 한국의 서남쪽에 위치한 이슬람 성지 메카의 방향을 찾는 것이고, 시가데트 살라는 하루 5번 기도를 올릴 때 바닥에 깐다. 그는 “지난달 22일부터 라마단 기간이라 낮 시간에는 물 한 컵조차 먹지 않는다. 목소리가 갈라져 녹음하기 쉽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는 이 방송을 통해 아랍어권 22개 국가와 한국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베트남어 방송을 진행한 지 1년이 넘은 황밍옥 씨(25)는 “홈페이지에 신청곡과 사연이 올라올 때 보람을 느낀다. 베트남 아내를 위해 사연을 올리는 한국인 남편도 많다”고 말했다. 필리핀어 진행자인 마리아 레지나 씨(25)는 “1년 동안 방송을 하며 저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배웠다”면서 “한국에서 생활하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은 “오락뿐 아니라 교육, 의료, 인권 등 다양한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해 국내외 거주 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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