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과학영재학교 입학사정관제 뚫는법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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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결과물 사진자료로 ‘차곡차곡’
나만의 생각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표현

주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한 전형을 대폭 확대하고, 일부 특수목적고가 이 전형을 도입하면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국내 고교로는 최초로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2010학년도 신입생 144명을 선발하면서 그중 30%인 44명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뽑았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과연 어떤 기준에 따라 입학사정관전형을 진행하는 걸까.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한 서울 상계제일중학교 2학년 박현이 양(14)과 부산 분포중학교 1학년 이철호 군(13)의 사례를 통해 이 전형의 기준과 방향을 가늠해보자.

[1단계] 가능성과 열정을 ‘결과물’로 입증하라

학생기록물평가는 학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학생부를 통해 영재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이들은 1단계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두 학생의 학생기록물을 비교해보니 △수학, 과학과목에서 상위 1% 성적을 유지했고 △교육청 또는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에서 수학, 과학수업을 들었으며 △각종 발명대회 및 수학, 과학경시대회에 참여해 수상실적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또 A4용지 3, 4장 분량으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배웠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 냈는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박 양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닌 교육청 영재교육원 경험과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상한 창의력 경시대회 금상, 중학교 1학년 때 받은 한국물리올림피아드 동상 등 수상실적 수십 가지를 빠짐없이 적었다.

수상기록이나 영재교육원 수료 경험을 기록할 땐 ‘중학교 1학년 때 영재교육원 교육과정 중 중국어가 갖는 4개의 성조(음의 높낮이)와 수학의 4진법을 이용해 소리를 숫자화 하는 방식의 암호를 개발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었다. 주체적으로 학문을 탐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군 역시 자신이 발명한 ‘수학 게임기’, 직접 운영하는 천문학 블로그, 2년 가까이 식물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찍은 사진자료 등을 자기소개서에 소개했다.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구체적인 관찰과 연구로 이어가는 과정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했던 것.

두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수상실적만 강조하기보다는 자기의 학습 스타일과 성격, 수학·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꿈을 이루기 위한 향후 학업설계를 자세히 적어 자신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추천서는 자기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박 양)과 교감선생님(이 군)에게 부탁했다.

[2단계] 나를 100% 표현하는 ‘이야기꾼’이 돼라

잠재성 다면평가는 1차 필기시험, 2차 집단토론 및 면접으로 진행됐다. 이 단계에선 글과 말로 자신을 100% 드러내는 능력이 관건이다.

이 군은 평소 수학, 과학 공부를 하다 생긴 궁금증을 글로 쓰며 생각을 정리했다. 정형화된 틀에 맞춰 글을 쓰기보단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관찰일지를 쓰거나 천문학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식으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정리했다.

박 양은 평소에도 친구들과 토론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즐겼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은 먼저 집중해서 들은 뒤 배울 점은 없는지, 오류는 없는지 꼼꼼히 분석했다. 집단토론에선 나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능력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전에서도 ‘이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런 점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식으로 나 자신의 오류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견지했다는 게 박 양의 설명.

두 학생은 “개별면접 대비는 꼭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떤 발명품으로 상을 탔는지처럼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사항에 대한 세부내용을 요구하는 질문이 적지 않기 때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군은 “수학공부를 어떻게 했느냐”는 입학사정관의 질문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재교육원에서 수학수업을 들었고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기출문제를 혼자 풀며 실력을 쌓았다고 답변했다. 또 면접교실 내 칠판에 그동안 수학문제를 풀면서 가장 희열을 느꼈던 문제와 가장 허탈했던 문제 두 개를 즉석에서 소개하고 풀이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박 양은 “자기소개서와 관련된 질문엔 솔직히 답하고 자기의 장기나 우수성을 자랑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연결지어 답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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