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판-검사 대거 퇴임… ‘대어’가 너무 많나?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시큰둥한 ‘전관 모시기’
“공급 넘치고 고액 연봉 부담”대형 로펌들 영입에 소극적

최근 두 달 사이 검찰과 법원의 고위 간부들이 잇달아 옷을 벗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거물’들의 대규모 개업 바람에 술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맞이하는 대형 로펌(법무법인)은 많지 않다. 불황 여파로 ‘전관 모시기’가 예전 같지 않다.

올 6월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후임에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사법시험 22회·사법연수원 12기)이 내정되자 선배 및 동기 검사장급 간부 12명이 사퇴했다. 그러나 천 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면서 총장 후보군으로 경쟁했던 이들의 로펌행(行)이 본격화됐다. 이들 중 이른바 ‘빅6’로 불리는 메이저 로펌에 영입된 사례는 명동성 전 법무연수원장(10기)이 유일하다. 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11기)은 대형 로펌 중 상대적으로 검찰 고위급 출신이 적은 ‘바른’에 영입됐다.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11기)은 ‘로고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준보 전 대구고검장(12기)은 변호사 40여 명이 근무하는 ‘양헌’에서, 김종인 전 서울동부지검장(12기)은 최근 탤런트 이영애 씨의 결혼 소식을 전한 ‘동인’에 각각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퇴직 인사 중 대어(大魚)급에 속하는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10기)과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12기)은 중대형 로펌 등에서 꾸준히 접촉하고 있지만 최근 장관급 물망에 오르면서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고위 검찰 전관들은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천 전 지검장은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회원 등록을 마쳤지만 당분간 개업신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14기)은 개인 개업에 무게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도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10기인 민일영 청주지법원장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하면서 후보군이었던 오세욱 광주지법원장(8기), 유원규 가정법원장(9기) 등 법원장들이 잇달아 사표를 냈다. 검찰 고위 간부에 법원장들까지 가세하면서 변호사 업계에는 무소속 거물들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 작업을 마친 ‘대륙아주’나 ‘충정’ 등 일부 중대형 로펌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물밑에서 영입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연봉 등의 예우 문제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비롯해 태평양, 광장, 율촌 등 메이저 로펌들은 영입 경쟁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공급’이 넘치기 때문에 거물급 변호사도 몸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고위 전관들을 모시려면 높은 연봉은 물론이고 사무실과 직원, 차량 등 부대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전관들은 웬만큼 영입한 상태라 큰 수요가 없고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변호사 인력시장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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