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제간 연구기관 ‘MIT 미디어랩’ 첫 방한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상상력 연구소’로 불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 참석 중인 조 파라디소 MIT 교수(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이시이 히로시 MIT 교수(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상력 연구소’로 불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 참석 중인 조 파라디소 MIT 교수(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이시이 히로시 MIT 교수(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를 예측하려 고민할때
우리는 미래를 발명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미디어랩이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발명하고 있습니다.”

10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삶, 맥락 그리고 선택’이란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MIT 미디어랩 이시이 히로시(石井裕) 교수는 컴퓨터 과학자 앨런 케이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MIT는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명문 대학이다. MIT 미디어랩은 MIT가 공학에다 예술과 인문학 등 이질적인 학문을 접목시켜 ‘상상력을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만든 세계적인 학제 간 연구기관이다. 이 연구소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기술

이시이 교수는 이날 “‘감각으로 느껴지는 미래’가 곧 올 것”이라면서 그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허공에서 손짓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을 보여줬다. 공상과학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등장한 바로 그 기술이었다.

이시이 교수는 ‘감각으로 느끼는 제어장치’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는 컴퓨터용 윈도 운영체제(OS) 등에 사용된 시각적인 제어장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대신할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TUI)’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날 그의 발표에서는 냄새와 바람으로 결과를 알려주는 가전제품, 목소리로 제어하는 기계 등 오감(五感)을 활용한 발명품들이 다채롭게 소개됐다.

MIT 미디어랩의 화두는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기술’이었다. 이날 발표된 ‘사회적 로봇’ 연구에서 로봇은 사람과 대화할 때 앞에 앉은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대신 때로는 ‘한눈도 팔게’ 설계됐다. 그것이 더 인간적인 행동 방식이어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MIT 미디어랩의 연구는 국내 IT 기업들과도 상호작용하고 있다. LG전자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과제였던 ‘미각(味覺) 지도’를 활용해 휴대전화로 음식의 사진을 촬영하면 그 맛을 사용자에게 설명해 주는 휴대전화를 소개했다.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은 MIT 미디어랩의 얼굴표정 인식기술을 활용해 이 회사의 게임 ‘에어라이더’의 캐릭터에게 게임을 하고 있는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도록 하는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 상상력의 전파

이날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MIT 미디어랩은 일주일 동안 ‘경험의 공유’라는 주제의 행사를 갖는다. 국내 대학 연구소 및 정보기술(IT) 기업 연구원 등과 함께하는 워크숍(11∼13일)과 그 결과를 전시하는 전시회(15∼16일)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열린다.

MIT 미디어랩은 교수진 40여 명과 석박사 과정 학생 120여 명으로 구성된 작은 연구소지만 세계 모든 어린이를 위한 100달러 미만의 컴퓨터,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 로봇,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컴퓨터 등 다양한 기술을 만들어 왔다. 이런 창의적인 연구가 가능했던 건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가 모인 덕분이었다. MIT 미디어랩 한국 학생회는 이 경험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으로 미디어랩 교수진에게 콘퍼런스 연설을 부탁했고, 하버드대와 카네기멜런대 등 다른 명문 대학의 한국인 연구원들도 불러 모았다.

행사를 조직한 MIT 미디어랩의 정재우 연구원은 “공학과 음악, 디자인과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미래의 기술을 만들어내는 MIT 미디어랩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한국에 전달해 IT 발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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