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장학금에 목마른 長학생들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일부 대학, 8학기 넘기면 장학금 혜택 안줘
친구 명의 빌리고 학생회 간부 자청 편법도

“난 아홉 학기를 넘겨서 어차피 남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신청해야 돼. 장학금은 등록금만큼 나오니까 등록금이 많이 나오는 네가 이름 좀 빌려줘라.”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서울 A대 공대생 이지훈 씨(가명·26)가 방학을 앞두고 교우회 신문사에서 일하려는 같은 학교 친구에게서 받은 부탁이다. A대 교우회에서 6개월 동안 일하고 나면 ‘교우장학금’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 전액을 받는다. 하지만 A대 학칙은 9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 그래서 이 씨의 친구가 생각해낸 방법이 ‘이름 빌리기’다.

이 씨는 “학칙 때문에 신청 단계부터 신분을 위장해 들어가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교우회 등 근로장학금을 주는 곳은 일하려는 학생을 모집하는 데 애를 먹기 때문에 나중에 위장 사실이 들통 나도 모른 척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장학금을 더 받으려고 등록금이 비싼 학과에 다니는 친구들의 이름을 주로 빌린다”며 “한편으로는 얄밉지만 집에 용돈까지 손 벌리기 미안한 심정도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장학금이 지급되면 실제로 엉뚱한 사람이 돈을 받은 것이지만 서류에는 일한 사람에게 세칙에 따라 돈을 준 것으로 돼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A대 교우회의 설명이다.

9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 중에는 ‘봉사장학금’을 노리고 학생회 간부 명단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있다. 이들은 취업을 앞두고 학생회 간부 명단에 포함되면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을 더할 수 있어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학생회도 간부 수를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예산이 깎이는 셈이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회 간부 수에 맞춰 1인당 일정 금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틈새를 노린 편법이다.

서울 모 대학 총학생회장은 “요즘에는 평균 재학 학기가 8.5학기다. 2명 중 1명은 9학기를 다니는 셈”이라며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제도가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학생들이 편법을 동원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대 교직원은 “9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은 신청 학점에 따라 등록금 일부만 내기 때문에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라며 “규정을 바꾸면 8학기 내 재학생들에게 돌아갈 장학금이 줄기 때문에 규정을 바꾸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는 규정 학기를 넘겨도 장학금을 받는 데 제한이 없다.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은 9학기 이상 다닌 학생은 주요 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경희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등은 9학기를 넘기면 근로장학금만 받을 수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