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탈출의 희망이 쌓여가요”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서울시가 ‘희망드림 프로젝트’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는 ‘희망플러스 통장’ ‘꿈나래 통장’ 사업이 빈곤탈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가입자들이 매달 일정액을 저축하면 창업자금이나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같은 금액을 적립해준다. 희망플러스 통장, 꿈나래 통장 가입자들이 올 4월 15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통장 출범식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시가 ‘희망드림 프로젝트’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는 ‘희망플러스 통장’ ‘꿈나래 통장’ 사업이 빈곤탈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가입자들이 매달 일정액을 저축하면 창업자금이나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같은 금액을 적립해준다. 희망플러스 통장, 꿈나래 통장 가입자들이 올 4월 15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통장 출범식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시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 14억 넘어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변두자 씨(39·여)의 얼굴에는 요즘 웃음꽃이 가득하다. 서울시가 3월부터 시작한 ‘희망플러스 통장 사업’의 가입자로 선정돼 3월부터 매달 10만 원씩 차곡차곡 모아가고 있는 것. 변 씨는 “서울시 지원금까지 합치면 3년 뒤에는 720만 원을 돌려받아 임대아파트 전세금에 보탤 수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10년 전 이혼한 뒤 지하 월세방을 전전하며 식당 허드렛일로 생활비를 벌어 온 변 씨에게 희망플러스 통장은 작지만 소중한 희망이다.

자녀 둘과 함께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사는 최모 씨(35·여) 역시 ‘한부모 가정’이다. 지난해 남편과 이혼한 최 씨는 커가는 자녀들의 학비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매달 버는 90여만 원으로는 생활비도 빠듯하다. 꿈나래 통장은 최 씨의 이런 걱정을 크게 덜어 줬다. 매달 7만 원씩 7년간 저축하면 약 12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 최 씨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마음 놓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 아니겠느냐”며 “다른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성실히 저축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희망플러스 및 꿈나래 통장 사업은 빈곤층의 자활을 돕는 일종의 ‘매칭펀드’. 희망플러스 통장은 매달 5만∼20만 원씩 3년 동안 저축하면 서울시가 같은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 준다. 한 달에 20만 원씩 저축하면 최대 144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금리 100% 통장’이라고도 불린다. 가입자들은 이 돈으로 전세자금이나 창업자금을 마련해 자립을 도모할 수 있다. 꿈나래 통장도 매달 3만∼10만 원씩 최대 7년간 저축하면 서울시가 같은 금액을 지원해 대학등록금 마련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희망플러스 통장은 봉급생활자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복지급여대상자 또는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4인 가구 기준 198만9000원)를 넘지 않는 사람이 가입할 수 있다. 단, 자립 의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면접심사를 통과해야 최종 대상자가 된다. 꿈나래 통장은 희망플러스 통장과 소득 기준은 같지만 9세 이하의 자녀가 있어야 개설할 수 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희망드림 프로젝트’ 사업 참가자 2124명 가운데 중도해지자는 지난달까지 희망플러스 3명, 꿈나래 통장 3명 등 6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석 달 연속 저축을 하지 않아 자동해지가 된 사람은 단 1명이다. 저축 누계액은 벌써 14억7800만 원에 이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빈곤층의 자활 프로그램으로 착실히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5월 29일 모집을 마감한 2차 사업부터는 참여 가구를 1만 가구로 확대하고 꿈나래 통장 저축액을 최대 월 10만 원으로 늘리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섰다. 9월에는 8000가구를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경기도(희망통장), 경기 남양주시(희망나무·꿈나무 통장), 경남 창원시(희망두배로통장) 등도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매칭펀드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서울시는 통장 가입자들이 전문적인 금융·재무 컨설팅과 창업교육 등을 받을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최 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재무컨설팅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법이나 적은 소득이라도 계획성 있게 소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김인철 복지정책과장은 “빈곤층의 자립 기반을 닦고 교육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해 빈곤의 대물림을 막자는 취지”라며 “빈곤층도 ‘경제 마인드’를 길러 자립할 수 있도록 유명 증권사의 컨설턴트도 섭외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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