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시설 고통분담’ 수혜자 부담늘려 피해주민 보상확대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 경기도, 님비해결 특별법 추진 왜 나섰나

올해 3월 서울시는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을 리모델링하려고 경기 고양시에 승인신청을 했다. 리모델링은 화장장 1층 바닥높이를 조정하고 2층 천장에 창문을 설치하는 간단한 공사다. 그러나 고양시는 아직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서울시민이 이용하는 화장장 때문에 고양시민들은 교통체증, 악취, 먼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서울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에 설치된 서울시의 주민기피시설은 장사시설 13곳, 환경시설 4곳, 수용시설 28곳 등 모두 45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경기도와 서울시는 주민기피시설을 놓고 사사건건 부닥치는 게 현실이다.

○ 특별법 제정으로 새로운 국면

하지만 경기도의 특별법 제정 추진으로 주민기피시설을 둘러싼 경기도와 서울시의 해묵은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기도는 법률 제정 추진과 함께 주민서명운동도 벌여나가면서 이슈화할 계획이다. 경기도가 특별법 제정에 나선 것은 서울시의 주민기피시설 설립과 관리감독권을 서울시가 갖고 있어 행정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데다 기피시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민들의 몫으로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피해지역인 고양 벽제화장장과 파주 용미리 묘지 주변 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심각한 교통체증, 지역 이미지 훼손에 대한 보상으로 서울시에 벽제화장장 운영관리권 이관, 도로 확장, 상수도 공급 등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반응이 없다. 서울시는 그동안 해당 시설을 증개축할 때 마을회관, 독서실, 창고 건립을 통해 찔끔찔끔 지원해왔을 뿐이다. 이재율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주민기피시설을 둘러싼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나 서울시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 특별법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되나

특별법은 기피시설이 설치되는 지역의 지자체와 피해주민들에게 상당한 피해보상과 관리감독 및 처분 권한을 준 게 특징이다. 또 시군구 간의 경계지역에 설치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며 현재 설치돼 있는 기존 시설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법률초안에 따르면 객관적인 주민피해 실태조사와 보상 등을 위해서 해당 지자체들의 공무원과 전문가,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공동위원회(30인 이내)를 설치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공동위원회는 기피시설로 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주변지역을 설정하고, 해당지역 주민의 편익을 위해 조성되는 주민지원기금의 지원기준과 방법 등을 결정하게 된다. 또 기피시설 주변지역 주민들이 기피시설의 운영을 감시 감독할 수 있도록 하며 기피시설 운영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을 경우 설치기관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 효과 및 전망

이 법률이 제정되면 우선 기존에 고통받아왔던 기피시설 지역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고통분담이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님비현상으로 건설이 어렵던 각종 주민기피시설의 신규 추진도 법 절차에 따라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입법 발의할 국회의원이 다시 한 번 타당성과 효과 등을 면밀히 따져 법률안을 만들어 발의하더라도 국회 법사위와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들의 반대논리도 넘어서야 한다. 특히 서울시는 경기도의 특별법 제정 추진에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제화보다는 주민 생활과 이용에 불편이 없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끼리 협의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돼)’의 약자로 주민과 지방정부가 핵폐기물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등 혐오시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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