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육계 CEO 초대석]김형진 ㈜영재사관 대표이사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영재가 나라의 미래… 한국의 빌 게이츠 키우는게 꿈”
초중등생 특목고-내신 대비용 사이트 ‘골든타임’ 운영
“영재교육 받기 어려운 지역 꿈나무에게도 용기줘야죠”
“해외시장 개척, 한국 대표 수학 콘텐츠 수출할 겁니다”

김형진 ㈜영재사관 대표이사(사진)는 수학 교사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다.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로부터 영재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공교육에서의 영재교육에 한계를 느끼고 14년의 교직생활을 뒤로한 채 1996년 경기 평촌신도시의 학원가에 ‘영재사관학원’을 차렸다. 김 대표가 꿈꾸던 영재교육의 시작이었다.

그는 수학과 영재교육의 ‘전도사’다. 그가 만든 내신·특목고 입시 종합학원 영재사관학원은 직영학원 13개, 가맹학원 30개로 학생 수가 2만여 명. 창의사고력 수학전문학원인 ‘수학영재만들기’는 가맹학원 205개, 학생 수가 1만3000명이 넘는다.

김 대표는 “수학은 단지 특목고나 명문대에 가기 위해 공부하는 교과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습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이의 가능성을 부모가 죽이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영재를 발견하고 교육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수학·영재교육에 대한 노하우와 교육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모르는’ 아빠가 아이를 망친다

김 대표는 경기 삼괴중학교에서 처음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학생 몇 명을 따로 지도해 학교대표로 경기 화성시 수학경시대회에 출전시켰다. 3명이 입상했다. 김 대표는 “그때 아이들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서중 교사 시절에는 11명의 아이들을 뽑아 방과 후 특별 수학지도를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문제를 찾아주기 위해 서울 청계천 일대의 고서점을 뒤졌고, 한 달에 30여 권의 수학문제집을 풀며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 3년 후 이들은 시도대회,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 처음에는 ‘조금 잘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영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영재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라면서 “영재교육이 좀 더 내실 있게 진행되기 위해 전문교사 양성뿐 아니라 고등과정까지 교육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자녀 교육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아버지’들의 문제를 지적했다. 많은 아버지들은 자녀교육은 아내의 몫으로 맡기면서도 아내가 자녀를 학원이나 과외에 보내면 자신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며 ‘극성맞다’고 나무란다. 김 대표는 “교육의 필요성이나 아이의 재능을 모르는 아빠는 오히려 자녀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에만 빠져 있던 지인의 자녀를 사례로 들었다. 그 학생은 일본의 게임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일본어를 공부할 정도로 게임에 심각하게 빠져 있었다. 하위권인 자녀의 성적을 고민하는 지인에게 김 대표는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시키라”고 조언했다. 학생은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받았고, 연세대에 진학했다.

○ 수학은 입시 과목이 아니다

수학은 단지 좋은 고등학교나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대체로 공부를 잘한다. 이는 수학을 잘하면 단지 좋은 수학 점수를 받는 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 논리력, 분석력 등이 향상돼 학습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는 “수학을 잘하면 좀 더 논리적이고 치밀해지고 창의적이 된다”면서 “개념을 확실히 세우고 문제에 따라 필요한 개념을 이끌어내고 생각하는 과정은 모든 과목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입시준비교과’라는 생각은 오해라는 말이다.

김 대표는 ‘창의적인’ 수학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와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수학은 학문이 아니라 생활이고, 생활과 연관된 수학문제를 풀다 보면 수학이 친숙해지고 창의사고력과 논리력이 향상된다는 것. 그가 강조하는 창의적인 수학은 박지성, 해리포터, 살수대첩과도 잘 어울린다. 그가 집필한 교재 ‘날아오르는 창의수학’(동아일보사)에는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 경기장의 넓이를 이차방정식과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사용해 푸는 문제가 등장한다. 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등장하는 거인 해그리드가 사용하는 포크의 길이를 비례식을 사용해 푸는 식이다.

수학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한 시간에 20문제를 푸는 것보다 두 문제를 풀어도 혼자 고민하는 과정이 결국 사고의 폭을 넓힌다”면서 “수학은 과외로 배우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이라고 말했다. 선생이 옆에 앉아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풀이해 주는 것은 자기가 해서 남는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 수준에 맞는 좋은 문제를 선별해 제시하고 학생이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그가 수학을 지도하는 방법이다. 수학경시대회반을 지도할 때 그는 학생들에게 △문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조건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정리한 후 △각각의 조건을 합쳐 문제에 대해 유추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학생이 문제를 풀 때까지 기다렸다.

○ 수학·영재 콘텐츠 온라인과 해외까지

김 대표는 “특목고 입시에 도전하는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 준비하는 과정 자체로 훌륭한 경험”이라면서 “스스로 도전할 대상과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는 과정이 아이에겐 평생의 재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또 달라진 특목고 입시 정책으로 혼란스러운 학부모들에게 그는 “입시정책은 언제나 바뀔 수 있지만 초중생의 학습 방향이나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좋은 학교 성적을 유지하면서 국어, 영어, 수학을 균형 있게 공부하면 어떤 입시정책이라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재사관학원은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수학콘텐츠 개발과 시장조사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만든 교재와 교육법으로 세계의 아이들이 수학공부를 하게 되는’ 모습을 꿈으로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수학콘텐츠 개발과 출판에 100억 원 가까이 투자했다. 수학 과목만 300여 종의 교재를 개발했다. 초중생들이 풀 수 있는 사고력 수학 문제가 거의 다 종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학원은 내신 대비에서 특목고 입시 준비까지 가능한 온라인 초중등 학습사이트 ‘골든타임’을 지난해 개발해 선보였다. 현실적으로 영재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재사관학원의 민사고, 특목고 입시팀과 인터넷 강의 전문강사가 직접 강의한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만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10∼2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르칩니다.” 이 땅에 또 다른 빌 게이츠를 꿈꾼다는 김 대표의 말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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