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6·25 참전 석달호옹, 상이군인 인정 못받아

  • 입력 2009년 6월 8일 17시 03분


◆ 현충일이 씁쓸한 사람들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 8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지난 토요일이 현충일이었죠.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분들을 기념하는 날인데 유독 그런 날 마음이 더 쓰라린 분들이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6.25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입었지만 국가가 진료기록을 잃어버려 상이군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석호달 옹의 사연을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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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사는 79살 석호달 옹. 석 옹은 지난 1950년 9월 입대해 강원도 양구 전투에 투입됐습니다. 그 해 12월 북한군의 공격에 맞서다 오른쪽 다리에 심한 동상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석호달 옹 / 6·25 참전유공자

"냇가를 건너다가 물에 빠졌는기라…적군한테 쫓기니 끼니 (신발을) 벗을 리가 없잖아요. 바로 고지에서 방공포안에 있다가 보니 발이 꽁꽁 얼어뻔기라."

부산 36육군병원에서 4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석 옹은 3년을 더 복무한 뒤 하사로 제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상 후유증으로 본업인 농사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석 옹은 보훈청에 상이군인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병원 입원기록은 있지만 진료내용이 담긴 병상일지가 보관되어있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인터뷰) 석호달 옹 / 6·25 참전유공자

"넉 달 동안 입원했는데 입원기록은 있는데 병상일지가 없다고 하니까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다. 그거는 병원에서 잘못한 거 아닙니까."

요즘도 발 염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석 옹. 오전에는 텔레비전으로 무료함을 달래고 오후에는 경로당에서 남은 하루를 보냅니다.

경로당에서 석 옹은 6.25 전쟁 때 부상을 입었지만 증명 서류가 없어 국가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과 억울함을 달랩니다.

(인터뷰) 곽재암 옹/ 6·25 참전 유공자

"뭐 때문에 입원했는지 그게 없는 기라. 배가 아파 입원했는지 머리가 아파 입원했는지 입원을 넉 달 동안 해도…"

국가유공자 신청을 접수한 대구지방보훈청은 병상일지를 찾을 수 없는 점은 안타깝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고 합니다.

국방부에 진료기록이 보관되어 있지 않을 경우 함께 참전했던 동료들로부터 보증을 받아야 하지만 고령의 나이로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 찾을 길이 막막합니다.

(인터뷰) 노현주 계장 / 대구지방보훈청 등록담당

"동상 관련 입원기록까지는 있는데 동상이 그 당시 어떻게 공무상으로 발병했는지, 안했는지 그 확인이 지금 안 되기 때문에 비해당처분을 받은 경우…"

진료기록을 보관해야 하는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문서가 분실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지워지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용태 의원/ 한나라당

"보훈대상자 선정은 오랜 시일이 흘러 사실관계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에게 그 입증책무를 전적으로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국가도 그 사실관계를 입증키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합니다."

6.25 당시 스무 살을 갓 넘겼던 참전용사들의 나이는 벌써 여든 살. 이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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