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파워풀 자기소개서… 美명문대 8곳 “웰컴”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2분


《“자기소개서에서 ‘수학, 과학 분야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이자 언어, 독서, 음악, 외교 등 여러 분야에 재능을 가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란 점을 강조했어요. 각종 시도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서 수상했던 일들, 우리나라 대표 민요인 ‘밀양아리랑’을 재즈풍으로 편곡해 피아노로 연주했던 경험을 그 근거로 삼았고요. 세계 인재들과 경쟁하려면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은 빨리 잊어야 해요.”

올해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9월 미국 듀크대(생의공학 전공)에 입학 예정인 박태현 군(19)은 미국 브라운대, 라이스대, 노스웨스턴대, 카네기 멜런대 등 무려 8개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박 군이 세계 유수의 대학들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확실한 강점과 다양한 재능으로 차별화한 ‘자기소개서’ 덕분이었다. 》

○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여라

초등학교 때까지 박 군은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1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다녔다. 대부분의 군부대가 지방의 외곽지역에 있다 보니 박 군은 학원도, 친구도, 놀 거리도 많지 않은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군은 스스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놀이 대상은 바로 책이었다. 박 군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10권씩 자연, 음악, 미술, 세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사다주셨다. 박 군은 이틀에 한 권꼴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을 때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다른 책을 찾아보며 궁금한 부분에 대한 답을 찾았다. ‘곤충’에 대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 다음엔 ‘동물’ ‘생태계’에 관한 책을 차례로 읽으며 지식을 넓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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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군의 두 번째 놀이 상대는 영어였다. 박 군은 다섯 살 때 학습지를 하며 처음 영어를 접했다. 영어에 흥미를 느낀 박 군은 5시간 동안 일주일 치 학습지를 모두 풀 정도로 영어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주인공의 대사가 귀에 쏙쏙 들릴 정도로 봤어요. 주인공의 말투를 흉내내보기도 하고, 새로 배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일기도 써봤어요. 엉터리 영어였지만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웠어요.”

수학 공부도 박 군에겐 재미있는 놀이였다. 어려운 문제를 풀다 잘 이해가 안 되면 자존심이 상해 펑펑 울면서도 박 군은 끝까지 문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책을 찾아보고, 앞 단원에서 배웠던 공식과 개념을 모두 적용해보면서 박 군은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결방법을 기어코 찾아냈다. 한 문제를 푸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린 적도 있었다.

배움에 대한 욕심과 열정 덕분에 박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등학교 3학년 영어교과서를 읽고, 고등학교 1학년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쌓았다. 박 군은 자기소개서에서 여러 일화를 들어 자신의 열정을 부각시켰다.

○ 꿈과 도전, 성취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라

“미국 유학을 결심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원어민 교사와 함께 토론을 하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는 민사고 학생들을 TV에서 본 후였죠. ‘더 넓은 세계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 군은 이때부터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박 군의 레이더에 포착된 건 한 학습지 업체가 주최하는 수학대회. 상위 10등 안에 든 학생들에겐 일본여행의 특전이 주어지는 대회였다. 박 군은 생에 첫 해외경험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들과 매일 씨름을 했다. 박 군은 총 4257명의 6학년 학생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10위 안에 들며 꿈에 그리던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의 디즈니랜드는 우리나라의 놀이공원과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넓은 세계로 나가면 경험하고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죠. 외국어고 국제반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유학을 준비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떠올랐어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정착해 살게 된 박 군은 외고 입시 준비를 위해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관심분야인 수학, 과학은 한국수학경시대회, 각종 시도 주최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경쟁력을 쌓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어는 토플 시험 공부를 하며 실력을 키웠다. 취약점인 쓰기 실력을 기르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에세이를 한 편씩 쓴 박 군은 1년 만에 토플(CBT·300점 만점)시험에서 283점을 받았다.

박 군은 “꿈을 꾸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현실화할 방법을 스스로 찾고 실천에 옮겼다”면서 “그 과정에서 이룬 모든 결과물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 좋은 글감이 된다”고 말했다.

○ 상식을 깨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외고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영어 때문에 좌절했어요. 5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영어로 써서 제출했는데 다시 돌려받고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빨간 펜으로 수정돼 있더라고요. 한국어를 영어로 그대로 번역해 쓴 ‘콩글리시’가 문제였어요.”

박 군은 토플 에세이 연습을 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토플 에세이에선 특정 주제에 자주 쓰이는 표현을 착실히 연습하면 고득점할 수 있었기 때문. 박 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법책 대신 소설책을 펼쳐 들었다.

“인물, 배경을 묘사한 부분과 주인공들의 대사를 신경 써서 읽었어요. 이런 부분에선 각각의 단어가 갖는 독특한 분위기가 잘 살아나거든요. 단어장을 따로 만들어 에세이에 활용할 수 있는 영어식 표현과 어휘들을 정리해 놓고 달달 외웠어요.”

‘콩글리시’의 벽을 허무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 박 군은 자신의 또 다른 약점인 스피킹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수업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박 군은 실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 시간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선생님이 고쳐준 부분을 메모해 놓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연습했다.

내신 성적 관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박 군은 비교적 집중력이 짧은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고려해 ‘1시간 공부, 10분 휴식’을 원칙으로 공부했고, 쉬는 시간엔 평소 좋아하는 피아노를 치며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박 군은 3년 동안 반 5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유학’이란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 교내 동아리는 물론 해외 국제동아리, 인터넷 피아노 동호회, 봉사활동에도 노력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1년, 한 달, 한 주, 매일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활용해야 할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다녔어요. 수업시간엔 내신 관리를 위한 공부를, 자투리 시간엔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주말엔 봉사활동을 다녔죠. 목표가 확실하면 내가 이 순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보여요.”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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