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진압중 부상에 울고…치료비 부담에 또 운다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전의경 부모들 “공무중 부상 치료 규정 개선을”

경찰병원 등서 완치 안돼… 일반병원 자비 치료 많아
“촉탁의뢰서 발급 완화를”… 경찰청선 “과잉진료 우려”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강호경 일경(21)은 16일 전국운수노동조합 소속 화물연대의 대전 집회 경비에 출동했다가 눈을 다쳐 부산 동아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방어 대열의 맨 앞에서 시위대와 대치하다 방석모 철망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대나무 끝에 왼쪽 눈을 찔려 각막 봉합 수술을 받았고 앞으로도 3번 정도 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장순덕 씨(50)의 마음은 쓰리기만 하다.

인천에 사는 김승연 씨(51)는 강 일경의 사연을 듣고 “나도 당해 봐서 그 어머니의 심정이 어떨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손으로 허리를 짚고 걸어가도 골반이 자꾸만 한쪽으로 빠져 힘들어하는 아들 김가람 일경(22)을 볼 때마다 괴롭다. 지난해 8월 입대한 김 일경은 추석 무렵 훈련소에서 집합 도중 계단에서 굴러 허리를 다쳤다. 가벼운 부상이라 생각했지만 부산의 한 기동대로 배치 받으면서 통증은 심해졌다. 김 일경은 결국 지난해 12월 8일 첫 휴가 때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경찰병원을 찾았고 같은 달 31일 입원했다.

○ “복무 중 부상도 자비로 치료”

처음엔 단순한 디스크였지만 올해 3월 13일까지 입원해 있는 동안 척추부정렬이 나타나는 등 김 일경의 상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경찰병원에서는 뒤늦게 수술을 제의했다. 김 일경과 부모가 다른 진료를 요구했지만 병원에서는 “수술하지 않으려면 나가라”고 했다. 김 일경은 현재 경찰병원을 나와 일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치료비가 500만 원 넘게 들어가면서 김 일경의 어머니는 요즘 파출부 일을 나간다.

집회 시위 현장에 출동하는 전·의경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 때문에 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2008년 부상자가 506명이지만 이 가운데 많은 부상자가 자비로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의경 인권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96명 가운데 18.5%가 자비로 의료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2007년 6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시위 현장에서 목, 허리 등을 다치고 의식을 잃었던 장모 씨(28)는 지난해 6월 제대했다. 그는 “경찰병원에 입원해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았다”며 “부대에 복귀해서도 1년여간 휴가 때마다 병원에 드나들고 약을 먹느라 자비로 1000만 원 정도는 썼다”고 말했다.

○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경찰병원”

부상 전·의경들이 치료에 자기 돈을 쓰는 것은 ‘경찰병원에서 치료받거나 각 지방경찰청이 지정한 국공립병원에서 응급진료를 받아야 의료비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규정 때문. 이 때문에 경찰병원에서 증세가 악화되거나 통원치료가 어려워 일반병원을 이용할 경우 의료비를 면제받지 못한다. 경찰병원에서 촉탁의뢰서를 써주면 의료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경찰병원에서 할 수 없는 진료 및 검사에 한해서만 촉탁의뢰서가 예외적으로 발급된다.

경찰병원에 따르면 경찰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전·의경은 2008년 12만2437명 등 매년 12만∼14만 명이지만 촉탁의뢰서 발급은 2006년 432건, 2008년 465건에 불과했다. 전·의경부모모임의 강정숙 회장(50)은 “경찰병원에서 증세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일반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진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이 경찰병원 관련 규정이나 복지상태 등을 관리 감독하긴 하지만 촉탁의뢰서 발급은 의사와 병원의 권한”이라며 “물론 경찰병원에서 효과를 못 보는 이도 있겠지만 그런 전·의경의 개인 치료를 다 허용할 시 과잉진료의 우려도 있다”고 해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