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과목따라 교실 이동’ 내년 도입

  • 입력 2009년 5월 20일 20시 10분


“수준별-맞춤형 수업” 600개교에 3000억 투입

교원확보위해 학교당 4명꼴 기간제 교사 채용

내년부터 중고교 학생들이 과목에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는 '교과교실제'가 도입된다. 지금은 학생들이 한 교실에 머무르고 수업시간표에 맞춰 교사가 이동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준별·맞춤형 수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에 3000억 원을 투입, 교과교실제 시범학교 600여 곳을 운영하겠다고 20일 밝혔다.

▽45개 학교 전면 도입=교과부가 구상하는 2010년 교과교실제 운영 규모는 △대부분의 교과목에서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는 전면형 45곳 △수학·과학 또는 영어에 한해 적용하는 일부과목 중점형 240~260곳 △수준별 이동수업을 강화하는 수준별수업 확대형 350~370곳이다. 완전한 의미의 교과교실제는 '전면형'만 해당된다. 하지만 전면형은 예산과 교원이 너무 많이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교과부는 일단 시범실시 결과를 지켜본 뒤 중장기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면형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 아이들은 과목 별 특성에 따라 시설이 마련된 교과전용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영어 시간에는 시청각 시설이 있는 영어교실, 과학 시간에는 실험도구가 있는 과학교실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담임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담임 교사가 사용하는 교과전용교실에서 조회와 종례를 하게 된다. 김차동 인재정책실장은 "교과교실제가 정착된 선진국은 담임교사 대신 진로 등을 지도하는 '아카데믹 어드바이저'가 있지만 우리는 아직 그 단계까지 가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교과교실제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시도교육청의 1차 심사를 거친 뒤 7월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교원 확보는 숙제=수준별, 맞춤형 수업이라는 교과교실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실과 기자재 확충 등 인프라 확보가 관건이다. 특히 교과별 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부는 우선 학교 당 평균 4명 정도의 기간제 교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김동석 대변인은 "교과교실제를 잘 운영하려면 전문적인 교사 보강이 필수인데 강사 등 기간제 교사로 채우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준별 이동 수업 확대에 따른 평가 방식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같은 학년, 같은 과목이라도 배우는 수준이 다르면 평가 문항 역시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중장기적인 연구과제이긴 하지만 현재로써는 9등급 체제의 일괄적인 내신 평가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