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檢의 고민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뇌물 액수 크다” vs “국가위신 추락” 엇갈려
權여사-건호씨 혐의 있지만…부부-부자 동시처벌 안할듯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혐의로 3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노 전 대통령이 거액의 수뢰 사건에 휘말린 만큼 검찰로서는 기소유예 같은 불기소 처분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이라고 못 박은 만큼 최소한 기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까지 청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영장 청구 불가피’론과 ‘불구속 기소’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통상적인 뇌물 사건이라면 액수가 워낙 크고,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면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만큼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소장 검사들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구속 사안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직 대통령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공여자인 박 회장과 핵심 참고인인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이 구속 수감된 상태여서 증거인멸의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에 하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을 때 검찰 안팎에서 제기될 역풍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전직 대통령 구속이 국가적 위신이나 정치적인 역학구도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큰 탓에 정치적인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 내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굳이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물밑에선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이 국가 신인도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자체가 청와대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소환 조사에 이어 구속 상황까지 가게 될 경우 정(情)이 많은 우리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대통령 탄핵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고 털어놨다. 야권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불구속 수사론을 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뒤 검찰의 칼끝이 현 여권 핵심부로 향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기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박 회장과 가까운 현 정부 인사 관련 의혹 역시 철저하게 파헤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다.

대검 관계자는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 불구속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소환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일부 바뀔 수 있는 만큼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정지어야 된다는 뜻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는 5월 초 임채진 검찰총장이 검찰 안팎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2007년 6월 말 박 회장에게서 100만 달러를 받아썼다고 주장하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2008년 2월 말 500만 달러를 건네받아 운용하는 데에 관여한 아들 노건호 씨는 형사처벌하지 않을 계획이다. 권 여사와 노 씨의 혐의가 일부 드러나더라도 가급적 부부나 부자를 한꺼번에 처벌하지 않는 관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