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철학-미술이 만나 ‘창의력 제곱’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철학동화 읽고 나만의 생각…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마을 한가운데에 신비로운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두 개의 나뭇가지 한쪽에는 독이든 열매가, 다른 한 쪽에는 탐스러운 열매가 열렸지요. 마을 사람들은 안심하고 열매를 따 먹기 위해 독이 든 열매가 열리는 가지를 잘랐어요. 그랬더니 나무가 죽어 버렸어요. 나무는 두 가지 모두 필요했던 거예요. 우리 주위에 꼭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강사 박예나 씨)

“음…. 전화기랑 전선이요.”(안태영 군·5),

“공주와 성은 함께 있어야 해요.”(김미솔 양·5),

“친구요. 혼자 놀면 재미가 없어요.”(이현서 양·5)》

유초등대상 이색 미술학원… 톡톡 튀는 발상 봇물 “우리는 꼬마 철학자”

‘Prime TOWN’ 기사목록

▶ 철학-미술이 만나 ‘창의력 제곱’

▶ 수업시간에 늘 꼿꼿 초등4년 김지민 양의 학습방법

▶ 재능교육학습법/영어읽기 3단계 완전정복 비법

▶ 중간고사 내신 만점전략<4>영어

▶ Education Story/자신의 능력을 믿어라

▶ 민사고수학경시대회 공부법

▶ 지금은 ‘한 눈’ 팔때 아니다

▶ 대입전략 클리닉/‘내가 있는 곳’을 먼저 알아야

▶ 빈약한 가슴의 그녀가 침을 맞은 이유는?

▶ 당신의 외모 고민, 한방으로 해결!

▶ 스카프를 벗을 수 없는 그녀의 속사정은?

▶ 지방이 ‘천덕꾸러기’가 된 이유는?

▶ 이색 특강 ‘수강 매진’ 행진… 국민대

▶ 교육 역량강화 지원대 선정… 강남대

▶ 330여 장학재단 연계해 맞춤지원… 한신대

▶ 승강기 전문 대학 내년 세계 첫 개교… 경남 거창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작은 철학자와 그림이 만나면’ 미술학원 수업 시간.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인도 설화를 원작으로 한 ‘두 개의 나뭇가지’라는 철학동화책을 펼쳤다. 책을 다 읽은 후 박 씨가 “하나의 나무에 독이 든 열매와 맛있는 열매가 열린 것처럼 나와 친구에게 있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일까요? 또 독이 든 나뭇가지를 자르지 않고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제 친구는 나쁜 점이 하나도 없어요. 자꾸만 저한테 뽀뽀해요.”(김주원 양·5), “독이 든 나뭇가지 앞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나무를 구별할 수 있어요.”(강승민 양·5)

박 씨는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며 쓸모 있는 것(맛있는 열매 맺는 나무)과 쓸모없는 것(독이 든 열매 맺는 나무)의 양면성과 공존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고 싶었다”며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했다.

논술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미술 수업을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자리엔 미술 도구가 준비돼 있었다. 도화지의 반쪽은 바탕이 사포로, 다른 반쪽은 한지와 기름종이가 겹쳐 있었다.

강사 송주현 씨는 수업에 앞서 아이들에게 “종이를 만지니 어떤 느낌을 드느냐”고 물었다. 어린이들은 “사포를 손톱으로 긁으니 손톱이 앞뒤로 잘 안 움직여요”, “한지는 보들보들해요”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사포엔 크레파스로, 한지와 기름종이에는 주사위나 작은 공처럼 생긴 스펀지와 칫솔에 물감을 묻혀 나뭇잎을 그렸다. 송 씨는 “논술 시간에 배운 두 나뭇가지의 양면성을 미술 재료에서 사포와 기름종이, 한지로 표현했다”며 “아직 붓을 정교하게 사용할 수 없는 유아인 만큼 손으로 작업하기 쉬운 재료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읽고, 글을 그려요

이 학원은 철학 동화를 읽고 토론을 통해 이끌어낸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철학과 미술의 통합교육을 목표로 한다. 한 반은 3명. 강사 두 명이 논술 1시간, 미술 1시간을 그림읽기, 생각열기, 미술로 표현하기, 토론 및 발표 등 4단계로 진행한다.

먼저 아이들은 동화를 읽고 ‘저런 상황에 나는 어떻게 할까?’, ‘내가 주인공이라면?’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수업에는 2005년 한국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작은 철학자’라는 54권짜리 철학동화를 교재로 사용한다.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인 철학 주제를 다루면서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들은 책의 결말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강사는 절대 정답을 유도하지 않는다. 동유럽의 설화를 다룬 ‘황제와 윗도리’로 이야기한 수업 때는 “가장 행복한 사람의 윗도리를 입으면 자신도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 황제가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윗도리를 입고 있지 않았다. 이후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요?”라는 질문에 “임금님이 화가 났어요. 그래서 도망갔어요. 사람들이 쫓아갔어요. 임금님이 화장실에 숨었어요. 임금님이 또 화가 났어요. 임금님은 계속 행복하지 않았어요”(김태규 군·7)라고 답하는 식이다.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그들의 생각이 듬뿍 담겨있다.

이렇게 생각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의 미술활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세 번째 단계다. 주제에 대해 이미 충분히 생각을 이끌어낸 상태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린다. 재료에도 제약이 없다. 사과나무를 그릴 때는 실제 사과를 만져보고 질감과 형태를 익힌 후 폼 클레이(공작 재료), 호일, 지점토로 사과를 만들어 나무에 붙였다.

이 학원 박정은 원장은 “주제를 주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아이들이 막연하게 생각하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며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미술을 배우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자신이 쓴 글과 그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쓸모없다고 나뭇가지를 없애버리면 안돼요. 나무가 죽어요”, “스펀지에 물감을 찍어 그린 것이 재미있었어요.” 수업이 끝나자 어린이들은 어느새 철학자, 미술가가 됐다.

자녀 이현서 양과 정우 군(4)을 학원에 보내는 김소희 씨(36·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둘 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기 때문에 국어 공부가 부족한데 논술과 미술을 함께 하는 학원이어서 반가웠다”며 “집에서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지만 아이들의 창의력을 끌어내는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수업을 들어도 다른 그림을 그린 아이들의 작품을 보며 집에서 아빠와 아이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철학동화로 재미있게 논술을 익히고 이끌어 낸 생각을 미술과 접목했다”며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답이 되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낸 미술교육”이라고 말했다.

'작은 철학자와 그림이 만나면' 홈페이지(www.grimnbook.com)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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