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작은 실천, 지구를 살려요”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환경파괴, 온난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나섰다. 왼쪽 사진부터 최근 ‘고마워요 에코맘’이라는 책을 낸 신근정 씨,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의 김은령 박정혜 공동대표. 서울시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는 임병직 씨 사진 제공 북센스·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
환경파괴, 온난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나섰다. 왼쪽 사진부터 최근 ‘고마워요 에코맘’이라는 책을 낸 신근정 씨,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의 김은령 박정혜 공동대표. 서울시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는 임병직 씨 사진 제공 북센스·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그렇지만 마냥 지구의 생일을 축하할 수만은 없다. 환경 파괴로 인한 온난화로 지구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선 평범한 이웃들이 있다. 이들은 거창한 정책 대신 소박한 아이디어로 지구 보호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

오늘 ‘지구의 날’

환경을 지키는 이웃들

○ 공학도에서 ‘에코맘’으로

신근정 씨(36·여)의 대학시절 전공은 유전공학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감자와 토마토를 좋아했고 유난히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신 씨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결국 2000년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친환경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 씨가 에코맘(Eco-Mom·환경을 뜻하는 ‘Eco’와 엄마를 뜻하는 ‘Mom’의 합성어로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고 가정에서 환경친화적인 살림을 하는 주부)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아토피에 걸린 첫아들 때문이었다. 병원에서조차 치료를 포기한 아들은 다양한 자연요법을 통해 서서히 나아졌다.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옷이며 잠자리까지 인공적인 것은 가능한 한 배제했다. 이유식과 간식, 보습제까지 직접 만들었다. 여덟 살인 아들은 이제 아토피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당시 친환경 생활을 기록한 책 ‘고마워요 에코맘’을 최근 출간했다.

신 씨는 이 책에서 친환경주부, 에코맘이 되기 위한 10가지 수칙을 제안했다. 그는 “친환경, 에코맘은 돈 많이 들고 일감이 늘어난다고 생각해 부담스러워한다”며 “그러나 조금만 궁리하고 정보를 찾으면 생활비 아끼고, 시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삼조의 에코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시 환경 컨설턴트 활동

“카센터는 대부분 야외에 있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자동차 배터리에 든 폐황산을 비롯해 폐윤활유, 폐래커 같은 오염물질이 그대로 땅으로 흡수됩니다. 그래서 카센터 폐기물은 지붕과 바닥이 잘 갖춰진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임병직 씨(65)는 올해 3월부터 서울시가 지정한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자신이 사는 지역의 아파트나 사업장을 돌며 환경 관련 제도를 안내하는 제도다. 전체 160여 명의 시민 컨설턴트가 아파트를 비롯해 공사장, 병원 등 3만6000여 곳을 돌며 환경 컨설팅을 실시한다. 그중에서도 생활폐기물이 아닌 지정폐기물 처리를 안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규정 자체가 훨씬 복잡한 데다 곳곳에 흩어진 사업장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임 씨의 본래 직업은 택시운전사. 올해로 경력 40년째다. 사흘에 한 번씩 휴일이 돌아오면 쉬지 않고 사업장을 찾아다닌다. 강북구 내 400여 곳의 카센터, 병원, 세탁소가 그의 컨설팅 대상이다. 그러나 공무원도 아닌 ‘컨설턴트’의 방문을 환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못마땅해하거나 “단속하러 나왔느냐”며 항의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임 씨는 자신만의 ‘환경건강론’을 설명한다.

그는 “유해물질을 방치하면 결국 사장과 종업원들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며 “‘환경보호 별것 아니다. 내 몸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십중팔구 이해하고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 재활용운동의 원조

경기 과천시민회관에는 재활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알뜰매장이 있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고객이 이곳을 찾는다. 바로 한국 최초의 재활용품 전문매장인 ‘녹색가게’다. 과천지역 환경단체인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푸른내일)이 운영하는 녹색가게는 회원이 6000여 명에 이른다.

푸른내일은 1991년 평범한 주부들이 모여 시작한 단체다. 과천지역 아파트 단지별 주부들이 공동체를 만들었고 이들이 폐지를 화장지로 바꿔주는 자원재활용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어 1994년에는 정기적으로 알뜰시장을 열기 시작했다. 매월 열리는 알뜰시장은 과천지역의 대표적인 벼룩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년 뒤 지금의 자리에 첫 상설 매장인 녹색가게의 문을 열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각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40여 곳의 녹색가게가 있다.

푸른내일의 공동대표인 박정혜 씨(49) 역시 10여 년 전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환경보다는 자녀교육에 더 관심이 많았던 주부였지만 이제는 12년차 환경운동가다. 박 씨뿐 아니라 푸른내일에 참여하는 50여 명의 자원봉사자 모두 주부다.

박 씨는 “저를 비롯해 대다수 주부가 환경의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며 “녹색가게를 이용하는 것은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구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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