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중앙 버스전용도로’ 설치 실효성 논란

  • 입력 2009년 4월 21일 06시 33분


대구 간선도로 흐름 좋아 전문가들 “부적절” 주장

市, 용역 결과 나온 후 구체적 추진 방안 결정

대구시가 도심의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주요 간선도로의 중앙에 시내버스만 다니는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로부터 최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을 위한 기초조사 용역비 3억5000만 원을 지원받아 이달 중 전문기관에 관련 용역을 맡길 계획이다.

BRT는 기존 버스전용차로와는 달리 도로 중앙에 시내버스만 운행할 수 있는 전용도로를 설치해 승용차 등 일반 차량의 진입을 막거나 버스 우선 신호 처리로 버스 운행에 우선권을 주는 형태로 운영되는 대중교통 시스템. 이는 시내버스 운행체계에 도시철도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운행 버스의 정시성과 수송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호주 브리즈번의 경우 BRT 도입 이후 시내버스를 이용한 출근시간이 1시간에서 18분으로 줄어 3년간 승객이 90% 늘었고 미국 시카고와 일본 나고야 등에도 BRT시스템이 도입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도심의 왕복 6차로 이상 도로 가운데 도시철도 노선이 통과하지 않는 구간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해 2014년까지 BRT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이 사업에는 515억 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일부 교통 전문가는 이 시스템은 대구의 도로 및 교통 여건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며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 흐름은 수도권과는 달리 비교적 원활한 데다 자칫 간선도로 중앙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할 경우 되레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시가 실시한 자동차 교통량 및 통행속도 조사 결과 자동차 등록대수가 전년 대비 0.87% 증가했으나 교통량 감소로 도심지역 차량 통행속도가 전년도에 비해 시간당 2.1km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의 적용 대상인 도심 도로의 여건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왕복 6차로 이상의 간선도로는 대동로와 대서로, 동대구역∼범물동 구간 도로와 도시철도 4차로 건설 예정구간 등으로 이들 도로는 대부분 BRT 도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다. 우선 대서로와 대동로 등은 현재 도시철도가 통과하는 구간으로 버스 이용자가 많지 않아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 동대구역∼범물동 구간 도로는 복개천 구간으로 BRT를 설치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심 교통체증이 극심한 서울시는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와 함께 BRT 중 하나인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운영 중이며 현재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교통물류팀 한근수 부연구위원은 “BRT는 시내버스 운영 체계에 도시철도 개념을 접목한 신(新)교통수단으로 수송능력과 정시성 등을 감안해 상급, 중급, 하급 등 3단계로 분류된다”며 “BRT 도입에 앞서 지역의 도로와 교통 여건을 면밀히 분석해야 적합한 시스템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정원재 교통국장은 “장기적으로 도심의 교통난에 대비해 BRT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용역 결과가 나온 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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