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문화다]‘두 바퀴’도 맘놓고 달리게 하자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어요. 자전거 타는 사람, 그리고 나쁜 사람.”

가수 겸 연기자인 김창완 씨(55)는 20일 자전거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씨뿐 아니라 자전거에 빠진 사람들은 ‘자전거 이분법’으로 세상을 구분한다. 날씨만 해도 두 가지로 나뉜다. 자전거 타기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 김 씨는 요즘도 매일 아침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집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SBS 목동 사옥까지 왕복 21km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

교통 인프라 - 법규 등 자전거 이용자에 불리

자동차 중심 사고 바꿔야

李대통령 “자전거시대 서둘러야”

자타가 공인하는 ‘자전거 마니아’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전거 얘기만 나오면 ‘일석오조’론을 꺼낸다. 건강에 좋고, 교통난과 주차난을 덜어주고, 공기에 좋고, 에너지 절약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전거를 통한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일반인 사이에서는 자전거 출퇴근이 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라디오 연설에서 “자전거가 너무 느리게 달리면 넘어지듯이 ‘자전거 시대’도 너무 늦지 않게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3114km의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2%로 네덜란드(27%) 일본(14%) 독일(10%)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자전거도로와 주륜장(자전거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련 법규와 제도 역시 자전거 이용자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자전거도로 확충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통근이나 통학이 가능한 사회문화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하철역 등에 자전거족을 위한 샤워시설을 마련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는 직장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남철 책임연구원은 “자전거 타기 문화가 확산되려면 자동차 중심의 습관을 바꾸기 위한 교육 등 문화적 접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추세에 맞춰 동아일보는 국내 자전거 문화의 현실을 진단하고 일본 프랑스 등 자전거 선진국의 실태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