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아동 성범죄자 신상공개’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공개대상자 147명 경찰서 방문해야 열람 가능… 9개월간 48건 그쳐

《13세 미만의 아동 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40대 남성이 가장 많고 성범죄 장소는 가해자나 피해자의 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대상자’ 147명을 분석한 결과다. 본보가 입수한 이 자료에는 법원이 열람명령을 선고한 147명(올해 4월 초 현재)의 성(姓), 나이, 주소, 성범죄 경력 등이 들어 있다. 열람 대상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이들 147명은 현재도 모두 공개 대상자다. 성범죄자 신상 공개 기간은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간이다.》

“동네 범행 많아… 누구나 알수 있게 인터넷 공개를”

이 자료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등에 대한 성범죄는 △2004년 721건 △2005년 738건 △2006년 980건 △2007년 1081건 △2008년 1220건으로 5년 동안 59%나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시작된 신상정보 열람은 올해 3월까지 단 48건에 불과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열람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방심하기 쉬운 일상 생활공간 조심”

성범죄 장소는 피해자 혹은 가해자의 집이 3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길거리 24건 △아파트 계단 및 엘리베이터 18건 △찜질방 17건 △놀이터 공원 놀이공원 16건 △차량 8건 등이었다. 또 학교 학원 PC방 어린이집 교회 등에서도 성범죄가 많이 발생했다. 범죄 유형은 △강간(미수 포함) 14건 △강제추행(미수 포함) 132건 △성매수 3건 △음란물 유포 1건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23.8%(35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50대 31건 △20대 27건 △30대 26건 △60대 14건 △70대 8건 △80대 1건 등 순이었다. 또한 성범죄자는 주소지에서 가까운 장소에서 많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읍면동 안에서 벌어진 범행이 48건, 동일한 시군구에서 벌어진 범행이 63건이었다.

○ “열람 번거로워 실효성 떨어져”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제도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8년 7월 도입한 제도다. 성범죄자의 △성명 △사진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 △직장 및 직장 주소 △소유차량의 등록번호 △판결일자, 죄명, 선고형량 및 해당 사건의 범죄 사실 개요 등 성범죄 경력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열람 대상자는 성범죄자의 주소지에 사는 학부모나 해당 지역 교육기관의 장으로 제한돼 있다. 열람을 원하면 관할 경찰서에 방문한 뒤 신분증빙서류를 포함한 신청서를 작성해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서울 송파구에 사는 부모가 인접한 강남구 학원에 자녀를 보낼 때 강남구에 사는 성범죄자의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학부모 1025명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89.4%가 “신상정보를 열람하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열람이 저조한 것은 이같이 절차가 복잡하고 열람 대상자 주소지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들 성범죄자의 사진과 주소 등을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10년간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열람제도’가 도입되면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동성폭력전담센터인 호남해바라기센터의 신기숙 소장은 “아동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는 재범이 많은 만큼 인터넷 공개를 꼭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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